아버지와 아들은 호흡이 척척 맞았다. 유흥업소 영업이 일찍 끝나는 월요일인 7월 6일 새벽에도 어김없이 범행에 나섰다. 이들 부자(父子)는 렌터카를 끌고 사전에 점찍어둔 범행 장소인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유흥업소로 갔다. 특수절도 전과 11범 경력의 털이 전문 아버지가 절단기 등으로 잠긴 문을 따는 사이 특수절도 전과 7범인 아들은 망을 봤다. 문을 따는 데 성공하면 유흥업소에 들어가 익숙한 손놀림으로 선반에 놓인 고급 양주를 골라 배낭에 담았다. ‘발렌타인 30년산’ 등 이들이 훔친 양주는 700만 원어치에 달했다.
이 부자는 같은 수법으로 2007년 5월부터 최근까지 2년이 넘도록 서울 강남 일대 유흥업소를 털어왔다. 경찰에 진술한 범행만 21차례. 훔친 양주는 모두 896병으로 6700만 원 상당이었다. 창고나 집에 쌓아두면 꼬리가 잡힐까봐 훔친 즉시 처분했다. 남대문시장에서 고급 양주를 파는 황모 씨(58)에게 장물로 팔아넘겼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상습 절도를 한 김모 씨(56)와 아들(35)을 붙잡아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아버지 김 씨는 친형과 함께 범행을 저질러 오다 2007년 형이 구속되자 아들과 범행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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