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가 학생들의 학적부에 영구히 남는 징계 기록을 남기지 않고 사회봉사활동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학생들이 학적부의 ‘빨간줄’로 인해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고 평생 낙인이 찍혀 상처를 받는 일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동안 징계와 함께 봉사명령을 내린 대학들은 있었지만 징계를 대신하는 봉사명령제를 도입한 것은 서울대가 처음이다.
○ ‘소외 계층 봉사’ 학칙 개정 추진
서울대는 4일 “학칙을 개정해 근신, 정학 수준의 징계 대신 사회봉사명령을 도입하고 학교가 위치한 관악구의 홀몸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학칙 개정안은 현재 서울대 규정심의위원회에 상정돼 있어 위원회와 평의원회 등을 통과하면 학칙 개정이 완료된다.
서울대 학칙에 따르면 학생 징계의 종류는 근신, 정학, 제명 등 세 가지다. 징계 중 근신은 7일 이상 1개월 이하 동안 수업을 듣지 못하고 반성하도록 하고 정학은 기간이 1개월 이상이라는 차이가 있다. 순차적인 징계인 경우 근신 이상의 처분을 2회 이상 받은 경우 징계위는 정학을 의결할 수 있으며 3개월 이상의 정학 처분을 2회 이상 받은 경우에는 제명을 의결할 수 있다. 또 징계는 사안의 경중을 따져 서울대 본부 차원에서 학생징계위원회를 열거나 단과대에 위임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하지만 이 같은 징계는 학적부에 기재돼 학생들이 한때의 실수로 취업, 진학 등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평생 낙인이 찍힌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또 근신, 정학 등의 징계는 학교에 나올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이들이 이 기간에 실제로 반성하고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없다는 한계도 있었다. 학업을 게을리해서 받는 학사경고는 이번 개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 교육 효과 높은 사회봉사명령
사회봉사명령제도는 학생들에게 잘못에 대해 반성의 시간을 갖도록 한다는 점에서 교육적인 효과도 있고 징계의 실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학교 측은 기대하고 있다. 서울대에서는 올해 6월 기말고사 때 약대 학생 2명이 손바닥에 예상 답을 적어두는 등 부정행위를 하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었다. 또 지난해 6월에는 의학계열 학생 17명이 기말고사 때 휴대전화를 이용해 부정행위를 하다가 근신 등 징계를 받았다. 총학생회 간부로 지난해 교내 식당 식권을 위조해 팔다가 파문을 일으켰던 C 씨(27)는 제명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가벼운 사안은 단과대에서 각각 처분을 내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학칙이 개정되면 근신과 정학이 사회봉사명령으로 대체됨에 따라 단과대별 징계 처분의 차이도 사라질 것으로 학교 측은 보고 있다.
서울대 관계자는 “징계 사항이 학적부에 남아 이를 평생 지니고 가는 것은 가혹한 처사일 수 있다”며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반성하고 남에게 베푸는 보람을 스스로 깨닫도록 하는 것도 좋은 교육”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