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를 공론화할 기구의 출범이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지식경제부는 6일 열릴 예정이던 사용 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출범식을 무기한 연기했다. 지경부는 당초 지난달 말로 계획했던 출범식을 이달 6일로 이미 한 차례 늦춘 바 있다.
정부는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을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하고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원장 사무실까지 마련한 상태여서 출범식 연기 배경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다. 지경부는 연기 이유로 이윤호 장관의 러시아 방문을 들고 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공론화 기구의 법적인 설치 근거가 부족해 출범이 미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경부는 6월 방사성폐기물관리법을 개정해 공론화추진기구 설치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국회의 표류로 법 개정이 힘들어지자 지경부 내부 규정으로 설치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위원회 출범 예정일이 가까워오자 정부 내부에서도 법적인 설치 근거가 약한 위원회의 결정을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 정기국회에서 법을 개정한 뒤 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보다 늦어진 위원회 출범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일주일 안에 새로운 위원회 출범 계획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사용 후 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에서 핵연료로 사용하고 남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로 현재 원전에 임시 저장하고 있으나 2016년이면 포화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하루빨리 처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