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들 “보신발언” 반발
국가인권위원회 현병철 위원장(사진)이 “기존 인권위가 취해 온 방침과 역할을 계승하겠다”며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 진압은 과잉이었고 인권위 조직 축소는 현 정부의 인권위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밝혀 보수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4일 인권단체연석회의 등 인권단체들로 구성된 ‘국가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공동행동)’ 측은 지난달 20일 현 위원장의 취임식 때 전달한 ‘자격 검증에 대한 공개질의서’에 대해 현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전해 온 답변서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답변서에 따르면 현 위원장은 “촛불집회가 과잉진압이라는 (인권위의 기존) 결정과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대해 우려 의견 표명 등 인권위의 (기존) 결정들을 전적으로 존중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전임 안경환 위원장이 재직 중이던 지난해 10월 촛불집회에 대한 경찰 진압이 과잉이라는 결정을 내리고 올해 6월에는 정부의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현 위원장은 또 “국가인권기구는 당연히 정부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며 “현 정부가 인권위 조직을 21% 축소한 것은 인권위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벌어진 일방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뉴라이트 전국연합 김진수 대변인은 “취임식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등 인권위 흔들기에 나선 공동행동의 질의서에 현 위원장이 답변을 한 것만으로도 실망스럽다”며 “촛불집회 진압 관련 발언도 줏대 없는 현 위원장의 인기영합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유시민연대 김구부 사무총장도 “인권위에서 입지를 확보하지 못한 현 위원장이 인권위 조직에 휘둘리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 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위원장 개인 의견을 밝힌 것이 아니라 인권위 전원 위원회가 내린 기존 결정을 재확인한 수준의 답변인데 왜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