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충남 천안시 안서동 단국대 천안캠퍼스 인문학관 멀티미디어강의실. 10여 명의 중학생이 ‘피타고라스 정리’ 강의에 귀를 쫑긋 세웠다.
딱딱한 학습 분위기는 가끔 무너진다. 강사인 대학생들이 게임도 하고 대학 생활 얘기도 들려주기 때문이다. 강사와 학생들은 점심시간에 장난도 치고 연예인 얘기도 하며 친구처럼 어울린다.
단국대 사회봉사단의 소외계층을 위한 ‘청소년 여름 학습 캠프(Summer Study Camp)’ 모습이다. 대학들이 방학을 맞아 문화와 역사탐방 캠프 등을 많이 열었지만 단국대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원에 갈 수 없는 소외계층에 눈을 돌렸다.
천안시 자원봉사센터에서 차상위 계층, 한부모 자녀, 고아원 및 보육원 청소년 62명을 초청해 4주간 캠프를 열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캠프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6개 반으로 나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영어와 수학을 배운다.
참가 학생들에게 중식과 교재, 간식을 제공하고 통학을 위해 무료 셔틀버스도 운영하고 있다. 취지에 공감한 학생자치기구가 200만 원을 보탰다. 대학 구내식당을 운영하는 신세계푸드도 중식비의 절반을 지원했다. 총학생회 임원들은 캠프 가이드를 맡아 학생들의 통학 때 동행한다.
캠프에 참가한 복자여중 3학년 김모 양(15)은 “선생님들이 친근하게 공부 방법도 알려주시고 고교 진학 상담도 해주고 있다”며 “기회가 되면 겨울방학 때 다시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캠프 가이드를 맡고 있는 이슬기 부총학생회장(산업공학과 4)은 “벌써 헤어지는 게 걱정될 정도로 정이 많이 들었다”고 밝혔다.
단국대 사회봉사단 소속 홍자균 씨는 “이번 캠프가 다른 어느 캠프보다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와 겨울방학부터는 참가 대상을 충남 전역으로 확대해 300명의 학생을 모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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