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여권 유효기간 되돌려 주오.’
대전에 사는 이모 씨(43)는 여름휴가를 맞아 이달 13일 중국 하이난 섬으로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갈 예정이다. 지난달 25일 여행사로부터 “여권 유효기간이 6개월 이상 남아 있어야 한다”는 얘길 듣고 확인해보니 자신의 여권 유효기간은 올 11월 29일까지였다. 만료까지 100여 일 남았지만 이 씨는 대전시청에 수수료 2만5000원을 내고 재발급(기한연장)받았다. 하지만 재발급받은 여권에는 남은 100여 일이 산입되지 않았고 재발급을 신청한 날로부터 5년까지가 유효기간으로 기재돼 있었다. 이 씨는 “나머지 100일은 날린 것 아니냐”며 항의했으나 여권 담당자는 “여권법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답변뿐이었다.
휴가철을 맞아 외국 여행객들의 ‘여권 유효기간을 되돌려 달라’는 민원이 적지 않다. 방문국 대부분이 여권의 유효기간을 6개월 이상으로 요구하는 게 관례다. 일부 국가에서는 6개월 중 단 하루만 모자라도 입국을 거절한다. 이에 따라 유효기간이 6개월 이내일 경우에는 기한을 연장해야만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남은 기간이 산입되지 않아 새 여권 신청자들은 불만이 많다.
지난해 외교통상부를 비롯해 국내 168개 여권사무기관에서 발급된 여권은 총 366만여 건. 올해에도 신규발급을 포함해 7월 말까지 190만여 건에 달한다. 이 중 상당수는 이처럼 잔여기간을 인정받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유효기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여권을 분실해 재발급받을 때 신규발급과 동일한 수수료(5년 5만5000원)를 내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잔여기간의 수수료만 내도록 하는 개선안을 11월 말까지 마련하라고 외교부에 권고한 상태다.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외교부도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외교부 관계자는 “유효기간을 연장해도 손해되는 것이 없도록 유효기간을 아예 재발급 시 5년 6개월로 하기 위해 시행령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며 “12월 초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