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실 물 없다더니 생수 1200통 가득

  • 입력 2009년 8월 8일 02시 59분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77일간 점거농성을 벌였던 경기 평택공장 도장공장 내부가 7일 오후 공개됐다. 공장 한쪽에 경찰의 진입을 막기 위해 노조원들이 만들어놓은 화염병이 가득 쌓여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77일간 점거농성을 벌였던 경기 평택공장 도장공장 내부가 7일 오후 공개됐다. 공장 한쪽에 경찰의 진입을 막기 위해 노조원들이 만들어놓은 화염병이 가득 쌓여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농성장 곳곳엔 화염병-볼트총
경찰, 연행 96명 구속수사 방침

철문을 열고 들어서자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시너 같은 인화성 물질 특유의 냄새와 오물 냄새가 뒤섞여 풍겨왔다. 바닥은 마치 접착테이프를 붙여놓은 듯 끈적거렸다. 바닥에 뿌려진 휘발성 물질이 채 마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77일간 불법 점거 파업이 진행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내 도장2공장의 모습은 처참했다. 불과 두 달여 전만 해도 차체와 부품의 색을 입히던 곳이 쓰레기와 오물로 뒤범벅이 된 ‘폐허’로 변한 것이다. 각 층의 빈 공간은 잠자리로 쓰였던 스티로폼이나 은박매트리스가 차지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쇠파이프가 나뒹굴었다. 도장라인 위에는 미처 처리되지 않은 차체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서 있었다. 다행히 차체나 라인시설은 훼손된 흔적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공장 내부는 알려진 대로 미로처럼 복잡했다. 10m 정도만 걸어도 길은 좌우로 꺾였고 때로는 막다른 곳이 나오기도 했다. 어렵사리 2층으로 가는 철제 계단을 찾았다. 농성자들의 유일한 통로이자 만일 경찰이 투입됐다면 진입로로 쓰였을 곳. 노조원들은 계단 양쪽 난간 위에 마치 사다리처럼 쇠파이프 10여 개를 걸쳐 놓았다. 그리고 그 위에 족히 수백 kg은 됨직한 차량 부품들을 올려놓았다. 쇠파이프를 빼면 부품들이 계단 위를 덮치도록 한 것이다. 4층 무기 보관창고에는 1500여 개의 화염병과 볼트총, 다연발 사제총, 석궁 등이 가득했다. 석유가 담긴 대형 식수통이나 시너통도 곳곳에 쌓여 있었다. 현장을 확인한 경찰 관계자는 “이런 상황인데 만약 강제진압을 했더라면 정말 큰일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점거 농성에 지친 노조원들의 흔적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천막 한쪽에는 ‘돼지갈비가 먹고 싶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공장 밖 가족들에게 보여주려는 듯 ‘고생시켜서 미안해’라고 적힌 팻말도 있었다. 화장실은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오물이 마치 작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샤워실에도 오물을 담은 비닐봉지가 가득했다. 부족하다던 물과 식량은 오히려 많았다. 식량창고에는 10kg과 20kg짜리 쌀 38포대, 컵라면 4000여 개가 발견됐다. 특히 창고와 한상균 지부장의 방 등에서는 생수 2L짜리 1200여 통 등 9400여 L의 생수가 쌓여 있었다. 1명이 하루에 2.5L를 사용한다고 해도 600명이 6.5일을 버틸 수 있는 양이다.

한편 경찰은 한 지부장 등 체포영장이 발부된 25명을 비롯해 연행자 96명 전원을 구속수사 대상으로 조사 중이다. 경찰은 8일까지 충분히 조사를 벌인 뒤 혐의에 따라 이들에 대한 최종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특히 경찰을 폭행하고 장비를 훼손한 것과 관련해 민주노총 및 금속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5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가압류 신청을 준비 중이다.

평택=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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