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웹하드 업체 중 페이지뷰 기준 5위 안에 드는 엔디스크는 지난달 22일부터 서비스를 돌연 중단하고 '네트워크 장애로 접속이 차단됐다'며 '이른 시일 내에 복구하겠다'고 사이트에 공지했다.
하지만 이 업체가 공지한 고객센터 전화는 계속 불통인 데다가 웹 기반 업체의 서비스가 3주가 다 되도록 정상화 되지 않는 일은 드물다는 점에서 이 같은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엔디스크는 6월 중순과 7월 초에도 서비스를 중단했으나 재개한 적이 있다.
더욱이 서비스가 중단되기 얼마 전 엔디스크는 같은 가격에 두 배의 포인트(전자 화폐)로 적립해 주는 파격적인 이벤트를 대대적으로 벌인 바 있다. 대부분의 웹 하드 업체에서는 내려 받은 파일의 용량에 비례해 포인트를 차감한다. 이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많은 이용자들이 포인트를 돈 주고 샀을 가능성이 크다. 회원 중에는 십 만원을 덜컥 결제했더니 다음날로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는 사람도 있었다.
또한 6월 중순 이후부터 포인트를 현금 등으로 바꿔주는 포인트 전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보통 웹 하드에 파일을 올려준 회원은 업체로부터 일정 비율의 포인트를 받는데, 포인트가 일정 수준 이상 되면 회사에서 현금이나 다른 포인트로 바꿔 준다. 그런데 엔디스크는 서버 고장을 이유로 한달 넘게 포인트 전환을 해주지 않았다는 것.
이에 대해 엔디스크 측은 10일 한 인터넷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비스가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엔디스크 운영사인 주식회사 한국유비쿼터스기술센터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부실 회사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사실상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설득을 얻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제공한 2008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유비쿼터스기술센터는 264억3600만원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145억600만원 초과하고 자본은 121억5500만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또한 금융기관 차입금 30억 등에 대해서도 연체 중이고 회사의 관계회사에 지급 보증한 금액 34억8100만원에 대해 대지급청구가 발생할 수도 있다.
감사기관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등과 저작권관련 소송 및 저작료 부담 등으로 회사의 영업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될 수도 있으며 기업으로서의 존속 가능성이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피해자모임에 따르면 이용자들의 개인 피해액은 천원부터 많게는 백여만 원 정도다. 하지만 회원 전체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엔디스크는 10대에서 30대까지 젊은 층 사이에서 유명한 J공유 사이트와 연계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수십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회원은 "엔디스크에 올려놓은 중요한 자료들을 생각하면 요즘 밥을 못 먹을 정도"라며 "컴퓨터 하드를 포맷한다고 자료를 몽땅 옮겨놨는데 그 다음날로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인터넷 10년 하면서 이런 날벼락은 처음"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저작권법 압박이 커지고 있어 불법복제로 먹고사는 웹하드 업체의 '먹튀'가 느는 건 시간문제로 보인다. 부득이하게 유료결제를 해야 한다면 큰 금액으로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