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료복합단지로 10일 낙점된 대구 신서혁신도시와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는 앞으로 각각 100만 m² 이상의 용지에 의약품, 의료기기, 의료서비스, 임상시험 시설을 갖춘 글로벌 연구개발(R&D) 허브로 조성된다.
100만 m²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이 다섯 개 이상 들어가는 면적. 정부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지정을 계기로 10년 이내에 글로벌 시장 진출이 가능한 첨단 의약품과 의료기기 제품 개발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 의약품 시장은 14조5000억 원 규모로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의 연매출액 56조 원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해 다국적 기업과의 경쟁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투자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정부는 2012년 첨단의료복합단지가 가동되면 의료기기와 신약 개발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한다.
○ 의료 인프라 우수하고 교통접근성 좋아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로 대구 경제 회생의 돌파구가 열린 셈이다. 대구 경제계는 과거 밀라노 프로젝트(섬유산업 육성방안)를 추진했으나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이번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대구는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대구한의대한방병원 등 5개 대학병원 인프라를 중심으로 의료기기나 신약을 바로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연구에 초점을 둘 방침이다.
김필구 대구시 신기술산업국장은 “수도권 위주의 정부정책과 서남해안 중심의 국토개발 등으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대구경북이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단지 운영을 담당할 민간 주도의 ‘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다음 달까지 재단 설립을 주도할 추진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충북은 오송지역이 국내 보건의료산업의 메카로 자리 매김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오송은 보건의료 및 생명과학기술을 육성하기 위한 국내 유일의 바이오산업단지다. 지난해 10월 115만여 m² 규모로 준공했다.
내년 12월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등 보건의료 관련 6개 국책기관이 이전하기로 했다. R&D 인력이 풍부한 인근 대전 대덕특구와 원주 의료기기 분야와 연계할 경우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전국 어디에서나 2시간대에 접근할 수 있는 교통망을 갖췄으며 세종시와는 5km 정도 거리다.
이종윤 충북도 바이오사업과장은 “첨복단지 유치로 제약회사나 바이오 등 첨단 업종 유치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 제품 개발에서 상용화까지 시간 단축
이들 두 곳에 조성되는 첨단의료복합단지는 각각 4개의 구역으로 조성된다. 코어 인프라 구역은 신약개발지원센터,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첨단임상시험센터(병원)로 구성되며 신약과 첨단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데 필수적이지만 기업과 대학이 구비하기 힘든 핵심 인프라가 구축돼 기초연구 성과가 제품화 단계로 연결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다. 연구 지원시설 구역은 세포·실험동물 등 생물자원 공급과 임상시험용 신약 생산을 담당하고, 연구기관 입주구역에는 국내외 연구기관 20여 곳과 연구중심 벤처기업이 들어선다. 첨단복합의료단지에는 당초 향후 30년(2009∼2038년) 동안 정부지원액 2조 원을 비롯해 총 5조6000억 원이 투입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복수 지역이 선정된 만큼 정부 투자 배분과 민간자본 유치 등을 둘러싸고 2라운드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 예산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구체적인 배분 방식에 대해선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