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최고 학원은 ‘방과후 학교’

  • 입력 2009년 8월 11일 03시 03분


강좌수 대폭늘려 참여학생 최대 4배 이상 급증
학생관리-브랜드 강의 등 학원가 노하우도 적용

서울시내 대표적인 학원가인 노원구 중계동에 인접한 을지중학교.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조사한 이 학교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은 89.3%였다. 1인당 사교육비는 79만 원으로 서울시 평균의 세 배였다. 반면 지난해 여름방학 동안 ‘방과후 학교’에 참가한 학생은 전교생의 15%인 146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달 여름방학이 시작된 뒤 방과후 학교에 참가한 학생은 전교생의 72%인 669명이다. 을지중은 4월 강남 양천 노원구 등 사교육 성행지역 내 20개교(초등학교 7개, 중학교 6개, 고등학교 7개)와 함께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사교육 없는 학교’ 시범 운영학교로 선정됐다.

시범학교로 선정된 뒤 을지중은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은 수준별 내신대비반을 만들었고 텝스대비반, 한국사검정대비반 등 입시와 관련된 자격을 준비하는 강좌도 열었다. 강좌당 수강인원을 10명 내외로 맞추기 위해 을지중 교사는 물론이고 외부 강사도 초빙했다.

강남구 수서동의 대왕중도 시범학교로 선정된 뒤 33개였던 방과후 학교 강좌를 71개로 늘렸다. 방과후 학교 수업은 사설학원을 방불케 했다. ‘철벽수학’ ‘미라샘의 국어완성’ ‘엑기스 사회반’ 등과 같이 수업을 브랜드화했다. 지각을 포함한 학생들의 출결 상황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부모들에게 전송하고 매 학기 학생과 학부모의 평가를 통해 강사의 수준을 유지했다. 대왕중은 “사교육 없는 학교를 운영한 후 사교육비가 총 5억8700만여 원에서 4억5100만여 원으로 줄었다”며 “학생 1인당 15만 원 정도 절감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시범학교로 선정된 초등학교에서도 똑같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노원구 중계동의 불암초등학교는 6월부터 방과후 학교를 ‘불암꿈터’로 이름 짓고 프로그램도 대폭 강화했다. 원어민 교사와 한국인 교사가 각각 회화와 문법을 가르치는 영어 수업과 수준별 수학 수업이 대표적이다. 그 덕분에 지난해 25%였던 방과후 학교 참여율은 54%로 높아졌다. 5학년 김주현 양(11)은 “한 반에 8∼10명이 수업을 받는데 선생님이 모르는 문제를 한 명씩 꼼꼼히 알려주신다”며 “공부하는 좋은 습관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교육과정정책과 이선경 장학사는 “정규수업은 진도를 나가는 것에 주안점을 두지만 방과후 학교는 학생이 수업 내용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정규 수업과 차별화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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