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와 농약 없이도 벼가 저렇게 튼실하게 자랄 수 있나요.”
“토착미생물로 땅심을 살리고 한방영양제를 살포하면 됩니다.”
경남 고성군에서 농약과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농업혁명’이 2년째 진행되고 있다. 이학렬 고성군수는 “국내 첫 ‘생명환경농업’을 정착시켜 농업의 역사를 새로 쓰겠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관심을 보였다.
○ 2년 연속 풍작 ‘예감’
고성군 농업기술센터 이문찬 생명환경농업담당은 “비가 많이 오고 습도가 높았지만 병해충 없이 벼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며 “이삭이 달릴 유효 분얼(줄기) 수가 포기당 23개로 관행농업(일반농업)의 18개에 비해 많아 풍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생명농업에서 1000m²(300평)당 정곡(도정한 쌀) 기준 506kg의 수확을 올렸으나 올해는 이를 웃도는 510∼530kg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단위면적당 포기 수를 너무 적게 잡아 수확량이 적었다. 관행농업의 1000m²당 평균수확량은 정곡 기준 487kg이다.
이 센터의 허재용 소장은 “생명환경농업은 3.3m²(1평)당 45∼50포기로 일반농업의 75∼80포기에 비해 드물게, 포기당 주수(株數)는 2, 3개로 일반농업의 7∼10개에 비해 적게 심는다”고 설명했다. 분얼이 잘되고 벼가 옆으로 퍼져 자라는 것이 특징. 통풍 공간이 많고 햇볕이 잘 들어 벼가 튼실하다.
인건비가 적게 드는 반면 쌀값이 비싼 것도 생명농업의 장점. 기존 농법으로 생산한 쌀은 지난해 40kg들이 조곡(도정 전의 벼) 기준으로 5만2000원, 생명환경농업으로 재배한 것은 7만 원이었다. 비료, 농약을 일절 쓰지 않고 농가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제조한 천연녹즙과 한방영양제를 사용해 1000m² 기준으로 영농비가 5만5000원 선이다. 관행농업의 영농비가 13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40% 수준. 9월에는 ‘무농약 인증’도 받는다. 농사짓기가 수월해지고 소득이 올라가자 임대했던 논을 거둬들여 직접 경작하는 농민도 늘어나고 있다.
○ 너도 나도 “배워보자”
지난달 연구소를 찾았던 경남 사천지역 교장 40명은 “학교 급식에 생명환경쌀을 적극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사회단체 회원 40명은 축사를 둘러본 뒤 “정말 깨끗하다”며 이곳에서 생산된 청정 계란을 서로 사려고 다투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달 31일에는 이 대통령이 고성군을 찾았다. 이 대통령은 하일면 송천리 ‘생명환경농업 참다래 단지’에서 농민 배용만 씨(63)에게서 미생물과 한약재로 참다래를 재배하는 과정을 들었다. 이어 천연녹즙을 시음하고 토착미생물을 살포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이 군수는 “올해를 생명환경농업 정착의 해로 정하고 군민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며 “생명환경농업을 통해 ‘녹색강국’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고성=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생명환경농업
농축임업의 부산물을 재활용해 환경을 보전하면서 안전 농산물을 생산하는 방식. 퇴비와 자연 상태에서 채취한 토착미생물, 한방 영양제, 천연녹즙 등을 공급해 벼를 건강하게 키운다. 충북 괴산군의 자연농업연구소 조한규 소장의 연구가 바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