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교육에 성공하기 위해 갖춰야 할 5대 요소라고 시중에 떠도는 우스개 소리다. 이중에서도 엄마의 정보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나머지 요소를 모두 갖춰도 헛힘 쓰기 십상이다. 그래서 엄마 부대는 오늘도 정보를 찾아 입시 설명회다, 학원 상담이다 쫓아다니기 바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적잖이 사교육 업체의 꼼수에 '낚여' 지갑을 여는 것이 현실이다. 사교육 업체의 주장 중 '진실'은 어디까지 일까.
●외고 입시 아직도 듣기 평가가 대세
올해 서울지역 외고 내신 실질 반영률은 57%로 올랐다. 또 고등학교 수준을 벗어났다는 지적을 받은 듣기 평가도 쉽게 출제될 전망이다. 사교육 업체에서는 영어듣기 변별력이 전년보다 50% 정도 하락하면 올해 입시에서 합격자 간 만회 가능 점수가 1.8문항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결국 1차적으로 내신이 관리 되지 않으면 외고 입시가 불리한 것이다.
또 일부 사교육 업체에서는 "인성면접은 구술면접과 달리 객관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학교에서 'IET 국제 영어 대회'나 토플 같은 성적을 비공식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부추낀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시험 문제를 보면 "외고에 진학 하려는 이유는?", "10년 후 나의 모습은?"처럼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유형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남은 기간 구술면접에서 국어 사회 등 교과지식을 구두로 물어볼 수 있다고 판단해 따로 연습하거나 영어듣기를 기출문제 수준 이상으로 공부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주 상산고는 여학생 학급(4학급)이 남학생 학급의 절반이다. 이 때문에 특별전형에서 남학생을 선호한다는 소문이 퍼져 있다. 이에 대해 김형균 교무주임은 "그런 일은 절대 없다"며 "일부 학원에서는 수학 선행 학습을 하지 않으면 심층면접을 볼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중학교 수준에서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만 낸다"고 말했다.
●선행 학습 없이는 특목중, 특목고 못 간다
2000년대 들어 선행학습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각 학원에서 "당신 자녀만 뒤쳐졌다"는 '불안 마케팅'을 펼치면서 예전에 한 두 단원 빨리 나가던 분위기에서 "최소 2, 3년은 앞서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가 됐다.
대치동 학원 강사 A씨는 "선행학습을 해야 특목고에 가는 게 아니라 선행학습을 안 받는 학생이 없으니 특목고 학생 중 선행학습 경험자 비율이 높은 것"이라며 "교육 당국에서 시험 문제를 아무리 쉽게 내겠다고 해도 '변별력 있는 한 두 문제를 풀려면 꼭 선행학습을 받아야 한다'고 하면 안 흔들릴 학부모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로교육 전문업체 와이즈 멘토 조진표 대표는 "기억을 장단기로 나눌 때 장기 기억이 많아야 시험을 잘 본다. 장기 기억을 끌어올리는 가장 효과적인 학습법은 복습"이라며 "예습은 단기기억에 저장돼 당장 효과가 있어 보일 뿐 '심화 없는 선행'은 아무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박재원 행복한 교육 연구소장도 "실제 입시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선행학습 사교육이 거품이라는 사실이 금방 드러난다"고 말했다.
●국제중 가려면 교외 수상 실적이 많을수록 좋다
2010학년도 입시부터 서울지역 국제중 입시에 자기소개서가 도입됐다. 이에 따라 학원가에서는 "학생의 각종 활동을 증명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자료를 모아 컴퓨터 파일로 제출해야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제중 자기소개서는 대입 때 학생들이 쓰는 것처럼 서너 개 항목을 주고 이에 대해 답변하는 형태다.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학교생활기록부가 전부다. 강신일 대원국제중 교감은 "교사 착오로 수상 실적이 누락된 경우에만 별도 증빙 서류를 받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또 교외 수상 실적도 최대 두 개까지만 받는다. 중앙행정기관이 주최한 대회가 아니면 수상 실적이 있어도 인정받지 못한다. 수상한 대회가 인정받을 수 있는지는 각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대원국제중은 봉사 활동이 10시간이 넘어가면 모두 만점이다.
●사설 업체 검사 받았더니 우리 아이 영재라는데
국제중과 특목고 진학에 영재교육원 수료 경력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나이가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영재성 검사'가 인기다. 사설 영재 학원은 각종 검사 도구로 시험을 보게 한 뒤 '자녀가 상위 0.3%에 속한다', '평범한 교육을 받으면 자녀의 영재성이 사라진다'고 학부모를 유혹한다.
하지만 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센터 관계자는 "일부 업체에서 우리와 연계된 것처럼 영재성 검사, 창의문제 해결력 검사, 사고력 검사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다"며 "사설 업체 경험은 16개 시도교육청 영재교육원 및 대학부설 영재교육원 선발 과정에서 참고 자료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선행 학습을 통해 기출문제 풀이에 익숙해지는 것이 영재성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올림피아드 이제 공부할 필요 없다
올해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1차 시험 응시자는 1만5818명으로 지난해보다 877명 늘었다. 과학고 입시에서 중요도가 떨어졌지만 민족사관고나 전주 상산고 등 자립형사립고에서 KMO 수상 실적을 입학 자격 요건이나 가산점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지원자가 줄지 않은 것이다. 앞으로 대입에서 입학사정관 전형이 늘어나면 수학 관련 학과 진학 때 KMO 수상 실적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KMO는 중등부에서 고등부 선행학습을 요구할 정도로 문제가 까다롭다는 사실은 명심해야 한다. '남들이 하니까 우리 아이도 시킨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자녀 적성이 이과 성향일 때만 준비를 하는 편이 좋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