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세이]‘바다 위의 공항’ 상상을 현실로…

  • 입력 2009년 8월 12일 02시 50분


그동안 우리는 급속한 경제 발전과 개발 논리를 앞세워 아름다운 국토 여기저기를 훼손해 왔다. 이제 국토의 활용 방법에도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전 국토의 70%에 달하는 산지를 더는 훼손하지 않고 잘 보전해 나가야 한다.

생활공간을 강과 바다로 확장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토가 좁은 외국에서는 이미 예전부터 이런 연구가 진행돼 왔다. 네덜란드에서는 1960년대부터 바다에 뜬 공항을 뜻하는 부유식 공항(浮遊式 空港)이 활발히 연구됐다. 일본에서는 유명 건축가 단게 겐조(丹下健三)가 도쿄만 계획을 발표해 해상도시 시대를 예언한 바 있다. 1995년 일본에서는 ‘메가플로트(Mega Float·물에 뜨는 대형 구조물) 계획’이라 하여 조선 철강 등 17개 업체가 공동으로 폭 60m, 길이 300m의 활주로를 만들어 항공기 이착륙 실험을 끝냈다.

우리나라도 이런 메가플로트 계획이 절실한 실정이다. 특히 국내 조선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는 만큼 바야흐로 강과 바다를 활용하는 친수공간을 창출하는 일이 시대적 소명이라 할 것이다. 한국 조선 기술로 어렵지 않게 만드는 30만 t급 유조선의 길이가 300m인 것을 감안하면 상자형 메가플로트 10개를 이어 붙여 보잉 747이 이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를 만드는 일은 간단한 기술이라고 한다. 벌써 수중 용접 기술도 개발되었다.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된다면 나라 전체가 송전탑과 송전선으로 뒤덮이는 국토 파괴 행위를 막을 수도 있을 것이고, 개성공단 같은 북한 땅에도 필요에 따라 발전선을 파견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수상 오페라하우스처럼 한강에 띄울 수 있는 이동식 공연장 계획이 발표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일찍이 건축가 김중업 선생이 제주도 해상에 떠 있는 바다호텔을 제안한 적이 있다. 서해를 유람하는 바다호텔을 띄울 수 있다면 아름다운 섬들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큰 관광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올해 건축대전의 주제인 ‘친수공간’에 출품된 응모작들을 심사하면서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느꼈다. 여기 나온 작품들도 많이 실용화되고 이 분야에 깊은 관심과 지원도 이루어지길 바란다.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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