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등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가 10일 법원의 보석 허가로 풀려난 이광재 민주당 국회의원(사진)은 올해 3월 구속될 당시 의원직 사퇴와 정계 은퇴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11일 국회사무처 등에 따르면 이 의원은 4개월여가 지난 지금까지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 측은 “당 지도부의 만류로 아직 사퇴서를 내지 않았고 지금은 재판에 집중할 때다”라며 한발 물러선 분위기다.
이 의원은 10일 영등포구치소에서 석방되면서 기자들과 만나 “저를 위해 10만 서명운동을 해주는 (지지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이 사랑을 어떻게 갚을지 두고두고…”라고 울먹였다. 재판 결과에 따라 정치 재개를 통해 지지자들의 성원에 보답하겠다는 해석도 가능한 대목이다.
이 의원은 박 전 회장과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서 모두 1억6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3월 26일 구속됐다. 당시 이 의원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재판 결과든 실체적 진실이든 그 결과에 상관없이 의원직을 사퇴하겠다. 정치인생을 떠나겠다”며 정계 은퇴의 뜻을 밝혀 파문이 일었다. 이날 구속영장이 발부돼 밤늦게 구치소로 향하기 전에는 기자들에게 “이제 정치인 생활을 마감할 때이며 10월 재·보궐선거가 가능하도록 늦지 않게 사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미디어관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뒤 민주당 의원 60여 명이 정세균 민주당 대표에게 사퇴서를 맡긴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의원은 여기에 동참하지 않았다. 정 대표 등 지도부가 말렸다고 이 의원실은 설명했다. 현재 국회사무처에 사퇴서를 낸 민주당 의원은 정 대표와 천정배 최문순 의원뿐이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