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없어도 미용실-안경점 허용 추진

  • 입력 2009년 8월 12일 02시 50분


정부 “11개 서비스업종 진입장벽 낮춰 고용창출 유도”
도시가스-보증보험업 등 독점업종도 경쟁체제로
공정위, 이달말 규개위 보고… 관련단체 강력반발

1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한국개발연구원(KDI) 대강당. 빨간 머리띠를 두른 수십 명의 안경사와 이·미용사들이 강당을 점거해 이날 공정거래위원회가 준비한 ‘경쟁제한적 진입규제 정비’ 토론회는 무산됐다.

이날 토론회는 공정위가 이·미용업 안경업 등 11개 서비스업종의 진입규제 철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나흘 동안 열기로 한 동시다발 릴레이 공청회의 첫 행사였다.

정부는 서비스산업의 수준을 높이려면 진입규제 정비가 시급하다고 밝히고 있다. 해당 업종의 진입장벽을 낮추지 않는 한 서비스산업 발전을 통한 신규 고용창출 및 소비자 편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업종의 이해 관계자들은 “진입장벽을 낮추면 영세 사업자들은 모두 고사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정부의 의지가 관철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 진입규제 철폐 나선 정부

공정위는 10일부터 14일까지 해운업, 안경업, 이·미용업, 리스업, 보증보험업, 도매시장업, 도시가스업 등 11개 분야의 진입규제에 대해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가 ‘진입규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정부가 강수를 두는 것은 11개 서비스업종의 진입규제에 따른 사회적 낭비가 적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안경사 면허가 없으면 안경점을 열 수 없고, 안경사는 1개의 안경점만 개설할 수 있다. 정부는 자금 여력이 있는 개인이나 법인이 안경사를 고용해 개업할 수 있다면 안경업이 더 활성화되고 고용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면허가 있는 사람만 이·미용업소를 개설할 수 있게 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재홍 한동대 경영경제학부 교수는 “현 시행규칙에 따르면 미용사 면허가 있는 사람이 미용업소 하나만 열 수 있다 보니 대형화가 여의치 않고 자본 유치도 어렵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KDI에 ‘전문 자격사 서비스의 진입 및 영업 규제 합리화’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올해 말 서비스업종의 진입규제를 완화하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재정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는데 올 하반기는 서비스산업의 진입규제 완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관련단체 반발 거세 성사 여부 미지수

도시가스업과 보증보험 시장도 진입장벽으로 인해 사실상 독점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도시가스 사업을 하려면 지식경제부 장관 및 시장, 도지사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 요건 중 하나가 도시가스 공급권역이 다른 도시가스 사업자의 공급권역과 중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공급권역 중복 금지는 지역별 독점을 허용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보증보험 시장에는 서울보증보험 1개 회사만 있다. 정부는 보증보험업이 완전경쟁 시장으로 바뀌면 보험료 인하로 약 4000억 원의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이익단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정부의 의지대로 진입장벽을 없앨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보건복지가족부는 2005년 8월 안경법인을 허용하는 법 개정안을 만들었지만 안경사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시장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해 각종 진입규제 정비를 추진 중이며 8월 말 규제개혁위원회에 관련 대책을 보고할 예정”이라면서 “각계 반응을 충분히 들어보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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