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노길 할머니 국가유공자 인정 받을까

  • 입력 2009년 8월 15일 02시 56분


中활동 개인이 입증 어려워… 정부가 나서 서류-증인 찾아야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 하얼빈(哈爾濱) 시에 살고 있는 안중근 의사의 종질부인 안노길 할머니(96·사진)는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안 할머니와 랴오닝(遼寧) 성 선양(瀋陽)에 살고 있는 그의 친인척들이 최근 안 할머니의 파란만장했던 40년 세월을 증언함에 따라 안 할머니가 독립유공자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본보 14일자 A1·4면 참조

할머니는 외로이 태극기를 그린다

“난 安의사 집안 사람” 치마 올 풀어 수놓은 태극기 감옥에 걸어

증언에 따르면 안 할머니는 사회주의 중국 국가수립 이후 하얼빈 역 등 공공장소에서 태극기를 흔들고 안 의사의 행적을 알리다 중국 당국에 체포돼 반혁명죄로 20년의 감옥 생활과 20년의 반강제 노동을 하며 자유를 박탈당했다.

안 할머니의 친척인 정덕재 씨는 “한국 국가보훈처나 안 의사 기념사업 관련 단체에서 하얼빈 법원의 재판 기록과 형무소 기록 등을 요청하면 내용 확인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기록은 안 할머니 본인이나 친척 요구만으로는 열람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안 의사 의거 100주년 기념사업을 하는 것도 뜻 깊지만 안 의사의 종질부가 오랜 세월 동안 가슴에 묻어온 것을 해결해 주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관련 기록을 찾아 안 할머니의 활동이 제대로 평가받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랜 기간 안 의사를 연구해온 하얼빈의 안 의사 전문가인 조선족 서명훈 씨는 견해가 달랐다. 서 씨는 “안 할머니가 한국에 대한 애국심이 높으신 분임은 충분히 이해가 가지만 독립유공자로 인정될 만한 활동을 했는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 씨는 “안 할머니의 재판 기록에는 1950년대 말 당시 중국의 천주교 개혁을 반대하는 신부들을 돕고 지지한 것이 주요 죄목으로 되어 있다”며 “태극기나 안 의사 관련 내용을 기록 재판에서 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20년 형무소 기록 등에서도 안 할머니가 증언하는 내용이 기록으로 남아 있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덕재 씨는 “한국 정부나 관련단체가 직접 서류를 찾아 확인하고 생존한 증인들을 찾아 확인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보훈처는 안 할머니 측 주장을 입증할 자료가 있고 안 할머니 직계가족의 독립운동 기록이 확인돼야 유공자 유족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얼빈=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