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가 범죄 용의자 ‘속뜻’까지 미리 간파… 수상한 행동 딱 걸린다

  • 입력 2009년 8월 15일 02시 56분


특이한 움직임 찾아내 경찰-안전요원에 통보… 범죄 사전예방에 도움

낮에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을 눈여겨볼 필요는 없지만 오전 1시에 건장한 남자 3명이 공원을 배회하고 있다면 좀 수상쩍다. 이는 눈에 띄는 행동으로 상대방을 긴장하게 만든다. 범죄를 저지를 개연성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

이처럼 ‘범죄의 의도’를 짐작해 미리 잡아내는 똑똑한 방범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한국IBM이 6월부터 인천 송도 경제자유구역에 설치하고 있는 ‘스마트 감시 솔루션’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존의 단순한 폐쇄회로(CC)TV와는 차원이 다르다. 스마트 감시 솔루션은 별도의 CCTV를 설치하는 대신 기존 CCTV가 촬영한 영상을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 범죄의 의도까지 감시한다

이 기술의 원리는 단순한 편이다. 공항에 주인 없이 방치된 가방, 주차장에서 1분 이상 차 안을 기웃거리며 어슬렁거리는 사람 등을 찾아내 경찰이나 안전요원에게 통보하는 방식이다. 기존 CCTV는 사람이 화면을 보고 있지 않으면 이런 특이사항을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스마트 감시 솔루션은 범죄 용의자가 ‘파란 옷을 입고 키가 180cm 정도이며 송도국제컨벤션센터 인근에서 목격됐다’는 제보가 들어오면 이 제보를 토대로 용의자를 찾아낸다. 이런 기술은 미아나 잃어버린 애완동물을 찾는 데에도 활용할 수 있다.

한국IBM은 복잡한 컴퓨터 프로그래밍 기술을 적용해 똑똑한 CCTV 시스템을 만들었다. 예를 들어 CCTV가 키를 짐작하려면 카메라의 초점 거리와 모니터에 나타난 사람 키를 이용한 삼각측량이 필요하다. 옷 색깔을 알아내려면 여러 무늬가 섞인 옷의 색상 범위를 ‘사람이 느끼듯’ 유추하는 색상 분석 기술이 있어야 한다. 카메라의 위치 정보를 이용한 동선 파악, 얼굴 인식 기술과 동작 인식 기술 등도 수많은 샘플에서 통계적으로 추론해낸 컴퓨터 기술이다. 한국IBM 측은 “제보 내용과 일치하는 특징을 가진 사람을 찾을 확률은 낮 시간의 경우 80% 이상에 이른다”고 밝혔다. 올해 뉴욕과 시카고 등 미국 대도시가 이 기술을 활용해 범죄 발생률을 20% 이상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덧붙였다.

○ 사후 처리에서 사전 예방으로

CCTV는 특정 장면을 촬영하는 장비에 불과했다. 2000년대 들어 비디오테이프 대신 디지털 파일로 화상을 저장하는 ‘디지털 CCTV’가 보급되면서 CCTV가 정보기술(IT)과 결합하기 시작했다.

주차장이나 신호위반 차량 단속 등에 사용하는 차량번호 자동인식 CCTV가 대표적이다. 디지털 정보를 분석해 숫자만 광학 인식 기술로 파악한다. 최근에는 안면 인식 기술도 CCTV에 활용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미간의 폭, 이목구비의 위치 등 얼굴 특징만으로 신원을 확인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CCTV에 적용하고 있다.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은 걸음걸이의 특징으로 신원을 알아내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이런 신기술은 범죄가 발생한 다음 녹화 화면으로 범죄자를 찾아내는 CCTV의 활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범죄가 일어나기 전 또는 일어나는 순간에 실시간으로 포착하는 것이다. 한국IBM 글로벌테크놀로지서비스사업부의 김용덕 차장은 “다양한 지능형 영상 기술이 범죄의 발생 자체를 감소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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