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부 떼어보니 “헉, 내가 미혼모?”

  • 입력 2009년 8월 17일 03시 02분


13년전 내연남녀가 낳은 딸,생면부지 미혼녀를‘생모’로

옛 호적제땐 확인 안돼 몰라

유모 씨(46·여)는 지난해 9월 결혼하기 위해 가족관계등록부(옛 호적)를 떼어보고는 아연실색했다.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열세 살짜리 딸이 있는 것으로 기재돼 있었기 때문이다. 졸지에 법적으로 미혼모가 돼 버린 유 씨는 구청과 법원 등을 찾아다닌 끝에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됐다.

내연의 관계였던 전모 씨(53)와 이모 씨(54·여)는 1996년 딸을 낳았다. 당시 이 씨는 전남편과 헤어지기 전이어서 딸을 친생자로 호적에 올릴 수 없었다. 이 씨는 딸을 전 씨의 호적에 올리는 한편 법무사 사무장을 지낸 지인이 인적사항을 알려준 생면부지의 유 씨를 생모로 내세워 출생신고를 했다.

유 씨는 지난해 1월 호적 대신 가족관계등록부가 도입되면서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알 수 있었다. 호적제도가 있을 때에는 자녀가 아버지의 호적에만 등재됐지만 가족등록부에는 남녀를 불문하고 가족관계가 등재되기 때문. 유 씨는 곧바로 서울가정법원에 이 여자아이와 친생자 관계가 아님을 확인하는 소송을 냈고 출산 경험이 없다는 산부인과병원의 소견서를 제출해 올해 4월 법원에서 확인 판결을 받아냈다.

유 씨는 전 씨 부부를 고소하려 했지만 공소시효가 지나 위자료 청구소송만 냈고 서울남부지법은 “전 씨 부부는 유 씨에게 3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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