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 13억 쓰고도 입출국 기록 없어

  • 입력 2009년 8월 17일 03시 02분


국세청 ‘2008년 예산집행’에서 드러난 편법 백태
교부금 5억 여원 해 넘겨 돌려막기 지급도

국회가 최근 국세청의 예산 집행 명세를 분석한 결과 출장자 이름조차 없는 해외출장보고서를 직원들로부터 받는가 하면 특정 여론조사기관과 위법한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등 국세청의 위법 편법 행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조만간 백용호 신임 국세청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국세청의 예산 집행 실태를 추궁할 예정이다.

○ 입출국 기록 없는 해외출장보고서

국회 재정위가 작성한 ‘2008년 세입세출 결산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청 직원 576명이 총 13억 원의 예산으로 126건의 해외출장을 다녀왔다. 하지만 입출국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출장보고서는 없었다. 출장자의 이름조차 기재되지 않은 출장보고서도 7건이었다. 재정위가 세무조사 등과 관련해 비밀 보호가 필요한 30건의 출장보고서와 국세청이 아예 제출하지 않은 8건을 제외한 88건의 출장보고서를 분석했지만 현지 일정을 증명하는 자료가 첨부된 경우는 없었다.

해외출장보고서에 입출국 기록을 포함한 상세 일정을 기록하지 않은 것은 행정안전부의 ‘공무국외여행보고서 표준서식’ 위배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출장보고서에는 입출국 기록이 없지만 내부의) 예산지출 관련 서류 등에 현지 일정을 확인할 증명자료를 첨부했다”고 해명했다.

○ 사실상 관광인 해외연수

국세청이 ‘우수직원 국외연수’라는 명목으로 236명의 직원을 선발해 중국과 태국, 마카오 등에 보낸 3억1400만 원의 예산은 사실상 관광예산이라고 재정위는 분석했다. 김광묵 재정위 전문위원은 “연수 내용은 국세청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역사문화 탐방이 대부분이었다”며 “지난해 환율 급등으로 국가경제가 어려움을 겪던 상황에서 외화 예산을 낭비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 법 어긴 수의계약

5000만 원을 넘는 사업의 경우 공개경쟁 입찰을 해야 하는 법규정을 어기고 수의계약을 한 사례도 있었다. 국세청 감사관실은 2007년부터 국민권익위원회(옛 국가청렴위원회)의 공공기관별 청렴도 조사가 이뤄지기 4∼6개월 전에 권익위의 조사를 맡고 있는 특정 여론조사기관에 매년 청렴도 조사를 수의계약으로 위탁했다. 지난해에도 5400만 원 규모의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맡겼다.

이는 5000만 원을 넘는 계약일 경우 △다른 국가기관과의 계약 △방위사업법 등 특정법률에 따른 구매 △특정인의 기술·용역 등으로 인해 경쟁할 수 없는 경우 등의 요건이 아니면 공개경쟁 입찰을 해야 한다고 규정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 돌려 막기 예산 집행

전년도에 밀린 지급금을 당해연도 예산으로 돌려 막은 경우도 있었다. 국세청은 농축수산물 판매업자 등 영세사업자들의 소득세를 국세청 대신 걷어 납부하는 납세조합에 징수 대가로 납세조합 법정교부금을 매년 지급한다. 그러나 국세청은 2007년부터 어찌된 이유인지 전년도에 지급하지 못한 교부금을 당해연도 예산에서 지급해 왔다.

지난해 교부금으로 집행한 16억6400만 원 중 5억8700만 원은 2007년에 지급했어야 할 돈이었다. 국세청은 지난해 청구된 교부금 19억900만 원 중에서는 10억7700만 원밖에 지급하지 않았다. 이는 ‘그 연도에 지출돼야 할 경비가 다른 연도에 지출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국가재정법 위반이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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