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언어영역/비판적 사고의 이해 (2)

  • 입력 2009년 8월 17일 03시 02분


《지난 시간에 비판적 사고의 준거는 내적 준거와 외적 준거로 나눈다는 이야기를 했다. 정확성(正確性)과 적절성이 내적 준거요, 타당성과 효용성이 외적 준거다. 이번 시간에는 정확성의 준거를 본다. 이는 언어 사용 시 바르고 확실하게 사고하는가를 측정하는 기준으로서, 필요한 사고가 충분하게 그리고 정밀하게 이루어졌는지가 측정 요소가 된다.

이만기 엑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말이나 글과 같은 언어 정보의 평가와 판단을 올바르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정보 내부의 어떤 요소가 판단 근거가 될 때 이를 내적 준거라고 한다. 특히 정보의 진위(眞僞)를 가리는 준거를 정확성의 준거라고 한다. 정확성이란 언어 정보가 진실하고 논리적으로 모순되지 않으며 언어적 오류를 범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정확성의 준거는 내용의 정확성과 표현의 정확성으로 나누어진다. 전자에는 자료의 정확성, 사실과 의견의 구별, 논리의 정확성, 관점의 정확성이 포함되고 후자에는 어휘의 정확성, 어법의 정확성, 의미의 정확성이 포함된다.

주제를 이끌어내는 전제나 근거가 잘못되면 그릇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자료 자체가 잘못된 경우도 있지만, 일부의 사실만으로 자료 전체를 판단하는 성급한 일반화로 인해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독자가 필자의 의견인지 객관적 사실인지 구별하지 못해 오류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또 자료는 제대로 되었으나 결론으로 이끌어 가는 논리가 정당하지 않아 오류가 발생하는 경우,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잘못되어 오류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내용의 정확성’이다.

<예문> 200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24∼25번 지문

「(가) 고자(告子) 말하기를, “성품은 웅덩이에 고인 물과 같아서 동쪽으로 터놓으면 동쪽으로 흐르고, 서쪽으로 터놓으면 서쪽으로 흐를 것이니, 사람의 성품이 착하냐 그렇지 않으냐를 구분할 수 없는 것은 마치 물의 동서(東西)를 구분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이에 맹자(孟子) 말하기를, “물은 진실로 동서를 구분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위와 아래의 구분도 없는가? 사람의 성품이 착하다는 것은 물이 아래로 흐름과 같으니, 착하지 않은 사람도 없고 아래로 흐르지 않는 물도 없는 것이다. 이제 물을 쳐 올리면 머리 위로 튈 수도 있고, 물길을 막아 거스르게 하면 산 위로 올라갈 수도 있지만, 이것이 어찌 물의 본성이겠는가? 그 형세에 따라 그렇게 된 것이다. 사람이 때로 나쁘게 될지라도 그 성품은 또한 이와 같은 것이다.”

(나) 소크라테스: 자네 말은 이런 것이지. 재산, 권력, 건강, 영예, 그리고 용기를 가진 사람이 행복하다고.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무엇보다도 자기가 가지고 있는 이런 것들이 유용하게 쓰일 때 그 사람이 행복하지 않을까?

제자: 그것도 그렇군요.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만약 어떤 사람이 이와 같이 유용한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쓰지 않는다면, 과연 그것을 유용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제자: 아니요, 아무 소용도 없겠지요.

소크라테스: 그러면 이렇게 말할 수 있겠지. 사람은 유용한 것을 가지는 데 그치지 말고, 그것을 사용해야만 한다고.

제자: 그렇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소크라테스: 그러나 그저 사용하면 되는 것은 아니지. 올바른 사용법과 그릇된 사용법이 있을 테니까. 만약 목수가 연장을 잘못 쓴다면 재료를 버리게 되니 쓰지 않는 것보다 더 나쁜 게 아닌가?

제자: 그러면 목수가 연장을 올바로 쓰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소크라테스: 목수가 톱이나 도끼를 올바로 사용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악사가 연주를 잘하고, 조각가가 조각을 잘하는 데는 무엇이 필요할까? 자기 일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아닐까?

제자: 바로 그렇군요. 옳은 말씀입니다.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먼저 말한 재산이라든가 권력, 건강, 영예, 용기 따위도 그것이 있기만 해서는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참된 지식에 의해 올바르게 사용되어야만 선한 것이며, 만약 그것을 무지(無知)가 지배한다면 오히려 나쁘지 않겠는가?」

「24. (가)의 내용을 풀이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고자: 웅덩이에 고인 물 → 본디 악한 성품

② 고자: 동, 서를 구분할 수 없는 물 → 선과 악으로 구분할 수 없는 성품

③ 맹자: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 → 본디 착한 성품

④ 맹자: 아래에서 위로 거스르는 물 → 때로 나쁘게 되는 성품

⑤ 고자·맹자: 물 → 인간의 성품

25. (나)에서 소크라테스가 제자에게 가르치려는 것은?

① 현실 참여의 방법

② 바람직한 토론 자세

③ 무지가 지배하는 이유

④ 세속적 행복을 위한 덕목

⑤ 참된 지식의 올바른 사용」

(가)는 ‘맹자/대학’(주희, 삼성출판사), (나)는 ‘인간의 역사 2’(미하일 일린, 연구사)를 각각 재구성한 제시문이다. 여기서 비롯된 24번 문항은 고전을 내적인 준거에 따라 이해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문항이고, 25번은 고전을 정확성의 기준에 따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문항이다. 풀이해 보면, 먼저 (가)에서 고자가 말하는 ‘웅덩이’에 고인 물은 악한 성품이 아니라 선악을 구분할 수 없는 성품을 의미한다. 따라서 24번의 정답은 ①번이다. 그리고 (나)에서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핵심 내용은 ‘유용한 것을 가지는 데 그치지 말고 그것을 올바로 사용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참된 지식이 필요하다’이다. 즉 ‘참된 지식의 올바른 사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25번의 정답은 ⑤번.

다음에 제시하는 문제도 내적 준거에 의한 비판적 사고의 유형이다. 6월에 실시된 수능 모의평가 문항으로 신경숙의 소설 ‘외딴방’에서 출제된 지문이다. 다소 어려운 문제이지만 표현의 정확성을 파악하는 문제로 접근하면 된다.

<예문> 2010학년도 대비 수능 6월 모의평가 24번 문항

「다음날 교무실로 나를 부른 선생님은 내게 반성문을 써 오라 한다.

“하고 싶은 말 다 써서 사흘 후에 가져와 봐.”

반성문을 쓰기 위해 학교 앞 문방구에서 대학 노트를 한 권 산다. 지난날, 노조 지부장에게 왜 외사촌과 내가 학교에 가야만 하는가를 뭐라구 뭐라구 적었듯이 이젠 선생님에게 학교 가기 싫은 이유를 뭐라구 뭐라구 적는데 어느 참에서 마음속 이야기들이 왈칵 쏟아져 나온다. 열일곱의 나, 쓴다. 내가 생각한 도시 생활이란 이런 것이 아니었으며, 내가 생각한 학교생활도 이런 것이 아니었다고.

「A

나는 주산 놓기도 싫고 부기책도 싫으며 지금은 오로지 마음속에 남동생 생각뿐으로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서 그 애와 함께 살고 싶다고. 반성문은 노트 삼분의 일은 되게 길어진다.

반성문을 다 읽은 선생님이 말한다.

“너 소설을 써 보는 게 어떻겠냐?”

내게 떨어진 소설이라는 말. 그때 처음 들었다. 소설을 써 보라는 말.」

그는 다시 말한다.

“주산 놓기 싫으면 안 놓아도 좋다. 학교에만 나와. 내가 다른 선생들에게 다 말해놓겠어. 뭘 하든 니가 하고 싶은 걸 하거라. 대신 학교는 빠지지 말아야 돼.”

그는 내게 한 권의 책을 건네준다.

“내가 요즘 최고로 잘 읽은 소설이다.”

표지에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라고 씌어 있다. (중략)

「B

최홍이 선생님. 이후 나는 그 선생님을 보러 학교에 간다. 어색한 이향으로 마음에 가둬졌던 그리움들이 최홍이 선생님을 향해 방향을 돌린다. 열일곱의 나, 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가지고 다닌다. 어디서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읽는다. 다 외울 지경이다. 희재 언니가 무슨 책이냐고 묻는다.

“소설책.”

소설책? 한번 반문해 볼 뿐 관심 없다는 듯이 희재 언니가 고갤 떨군다. 최홍이 선생님이 마음 안으로 가득 들어찬다.」

정말 주산을 놓지 않아도 주산 선생님은 그냥 지나간다. 부기 노트에 대차대조표를 그리지 않아도 부기 선생은 탓하지 않는다.」

「24. 다음은 작가가 남긴 창작 노트의 일부이다. 이 노트의 내용이 [A], [B]에 실현된 양상으로 적절한 것은? [3점]

① ⓐ는 [A]에서 현재형 어미를 사용하여 이야기 전개 속도를 높이는 식으로 실현되었군.

② ⓑ는 [A]에서 문단 사이에 여백을 주어 인과 관계를 명료화하는 식으로 실현되었군.

③ ⓒ는 [B]에서 간결한 문장을 주로 사용하여 과거를 담담한 어조로 서술하는 식으로 실 현되었군.

④ ⓓ는 [B]에서 서술자가 스스로를 가리키는 방식을 달리하여 내적 분열을 강조하는 식으 로 실현되었군.

⑤ ⓔ는 [B]에서 대화를 최소화하여 사건의 긴장감을 고조하는 식으로 실현되었군.」

이 작품에서 작가는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교차시키면서 성장 과정의 자기 고백을 통해 자아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신의 글쓰기의 의미를 탐구한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간결한 문장을 주로 구사한다. 특히 [B]에서는 간결한 문장을 통해 소설 쓰기의 계기가 된 최홍이 선생님과의 만남, 즉 열일곱 시절의 과거를 담담한 어조로 서술하고 있다. 따라서 창작 노트의 ⓒ가 [B]에서 실현되었다고 봐야 한다.

① [A]에서 ‘길어진다’, ‘말한다’에서 현재형 어미 ‘ㄴ’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이야기 전개 속도를 높이고 있지는 않는다. 또 [A]의 뒷부분에서 ‘들었다’라고 해 과거형 어미도 사용하고 있다. ② [A]에서는 문단 사이에 여백을 주어 “소설을 써 보는 게 어떻겠냐?”라는 선생님의 말에 순간적으로 멈칫하는 등장인물의 심리를 표현하고 있다. 더불어 과거와 현재의 시간적인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④ [B]에서 ‘최홍이 선생님’은 ‘나’와 동일 인물이 아니다. 또한 ‘나’와 ‘열일곱의 나’로 서술자가 스스로를 가리키는 방식을 달리하고 있지만 그것이 내적 분열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⑤ [B]에서는 대화를 최소화해 간접적으로 ‘나’의 심리를 제시하고 있지만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지는 않다. 쓰기에서는 주로 표현의 정확성을 측정한다. 최근에는 ‘어법’으로 따로 분류되어 다른 형식으로 출제되지만, 수능 초창기에 많이 출제되던 다음과 같은 문제가 내적 준거에 의한 비판적 사고 문제이다. 문법적인 지식을 동원해야 풀리는 문제로 일상생활에서 오용하기 쉬운 표현들을 바로잡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예문> 2004학년도 수능 13번 문항

「13. 표현이 바르게 된 문장은?

① 김장을 직접 담아 드십니까?

② 내년에는 수출량을 더 늘려야 한다.

③ 모금한 돈이 너무 작아 죄송합니다.

④ 우리 모두의 바램은 가족의 건강이야.

⑤ 이 배는 사람이나 짐을 실어 나릅니다.」

정답은 ②번으로, ‘늘려야’의 목적어인 ‘수출량’은 ‘수나 분량’을 나타내므로 ‘늘려야’를 써야 바른 표현이다. ‘늘리다’는 ‘수나 분량이 본디보다 많아지게 하다’, ‘힘이나 기운, 세력 따위가 더 큰 상태가 되다’ 등의 뜻을 지닌 말이다. 그리고 ‘늘이다’는 ‘엿가락을 늘이다’, ‘고무줄을 늘이다’와 같이 ‘(∼을) 본디보다 더 길게 하다’ 또는 ‘주렴을 늘이다’와 같이 ‘아래로 길게 처지게 하다’의 뜻을 지닌 말이다.

어법 공부도 할 겸, 다른 답지도 꼼꼼히 보자. ①번은 김치를 그릇에 담는다는 뜻이 아니라 김장을 한다는 뜻이므로, 김치나 장을 만든다는 의미인 ‘담가’를 써야 한다. ③번은 ‘모금한 돈’의 양이 일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므로, ‘작아’가 아니라 ‘적어’를 써야 한다. ④번에서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은 ‘바람’이다. ‘바램’은 ‘바람’의 잘못된 표현이다. ⑤번은 ‘사람’은 ‘실어’의 목적어가 될 수 없으므로 서술어를 구별해서 써야 한다. ‘이 배는 사람을 태우거나 짐을 실어 나릅니다’가 바른 표현이다. 이와 같은 쓰기와 어법의 바른 지식을 위해서는 7차 교육과정 ‘국어’(상)의 ‘바른 말 좋은 글’ 단원을 참고하길 권한다. ▶지난 기사와 자세한 설명은 easynons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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