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특사자 몰려 운전시험 대란

  • 입력 2009년 8월 18일 02시 55분


평소 5배 몰려 북새통… 교육장 예약홈피도 다운

“한 시간이 넘었는데 아직도 제 앞에 대기자가 400명이나 되네요. 휴∼.”

17일 오전 11시 반 서울 강남구 대치동 강남운전면허시험장 2층 접수창구. 회사원 이모 씨(32·강남구 삼성동)는 기자에게 대뜸 대기번호표부터 내밀었다. 그의 얼굴은 땀으로 번들거렸다. 교통법규 위반 누적으로 면허가 취소됐던 이 씨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운전면허응시자격이 회복됐다. 이번 조치로 사면된 도로교통법 위반 운전자는 총 150만5000여명. 이 씨는 “정부가 사면을 해줘 고맙긴 한데 너무 기다리니 힘들다”며 “임시 접수처라도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원서 교부∼필기접수까지 3시간

운전면허가 취소돼 1∼2년간 응시가 제한됐던 19만7614명이 15일부터 면허 재취득이 가능해지면서 운전면허시험장은 다시 시험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서울 강남, 서부 등 대도시 주요 운전면허시험장은 하루 종일 재응시자로 붐볐다. 강남운전면허시험장은 오전 8시 반부터 응시자들이 몰려 평소 150명 정도 수용하던 2층 접수처를 500여 명이 빽빽이 메웠다. 대형 에어컨이 아무 소용이 없을 정도로 더웠다. 접수처 직원은 “경찰이 15일부터 토·일요일에도 면허시험을 보게 조치했지만 홍보가 안돼 15, 16일은 응시자가 이렇게 많지는 않았다”며 “오늘은 평소의 5배 정도 된다”고 말했다.

이날 강남시험장은 원서 교부부터 필기시험 접수까지 최대 3시간 이상 걸렸다. 접수 후 컴퓨터 필기시험을 치르는 데도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다. 필기시험장에서 만난 정인철 씨(45·강남구 대치동)는 “오전 9시 반에 와서 겨우 접수하고 올라와 1시간을 더 기다렸다”며 시계를 계속 쳐다봤다. 시간은 정오. 강남시험장 측은 이날 오후 한동안 실시하지 않았던 종이필기시험까지 동원했다.

서부운전면허 시험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접수장 안에서는 “대기표를 받고 한 시간가량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 방송이 계속 흘러나왔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됐다 사면된 김모 씨(45·경기 고양시)는 “기능시험 접수를 하려고 기다리는데 언제쯤 시험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면허시험장 측에 따르면 응시 대기 인원이 늘어나 기능, 도로주행시험도 각각 3, 4일, 총 일주일 정도는 평소보다 더 기다려야 한다.

○ 당분간 면허시험 대란?

면허 재취득을 위해 받아야 하는 의무교육이 실시되는 주요 교통안전교육장에도 ‘광복절사면자’들이 몰렸다.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염곡동 강남교통안전교육장에서는 교실에서 하던 수업을 대강당에서 하고 있었다. 강남교통안전교육장 측은 “1회 70명, 일주일에 4회 하던 면허취소자 교육을 일주일에 10번, 수업 인원은 하루 최대 550명까지 늘렸다”고 밝혔다.

서울, 부산, 대구, 수원 등 교육장의 예약도 7∼10일 이후까지 대부분 완료된 상태. 강북교육장의 예약사이트에 접속하면 “대통령 특별감면으로 접수자가 폭주해 교육화면 예약 속도가 느려지고 있습니다”란 문구만 떴다. 강남교육장은 오전 2시간 반 동안 전체 서버가 다운돼 업무가 마비됐다. 하도 전화가 와 계속 통화 중인 교육장도 많았다.

이날 전국 운전면허시험장(26곳)에서 접수한 면허시험 응시자는 1만9299명. 사면 이전 하루 평균인 9705명보다 갑절 이상으로 늘었다. 사면 후 3일 동안 총 응시자 수는 2만6853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전국 교통안전교육장(22곳+예비교육장 8곳)에서 교육받은 인원은 1만3715명으로 하루 평균 4572명이었다. 7월 하루 평균인 625명과 비교하면 7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경찰청 운전면허시험 관리단 관계자들은 “사면 후 안전의무교육을 받는 사람들까지 몰리면 이번 주말까지 운전시험 대란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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