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시장을 둘러싸고 최근 다양한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다. 국정교과서에서 검정교과서로의 전환 확대, 가격 자율제 실시 등이 그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두산동아의 행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겁다. 두산동아는 60여 년 간 국내 교과서 시장의 변화를 주도해온 기업. 올해도 국정교과서 발행부수 1위, 검정교과서 국내점유율 1위(2008년 기준)로 대한민국 교과서 발행업계의 선두자리를 고수했다. 두산동아 성낙양 대표(45·사진)를 만나 성공비결과 향후 계획을 들었다.》
새 중학 국어 교과서 3년여 각고-투자 끝에 ‘명품’탄생
사진-일러스트 등 시각물 활용… 눈에 쏙 들어오는 책 호평
콩기름 잉크… 친환경 포장… 국내 유일 국제환경인증 획득
“선진국에는 ‘최상의 교육자료’라고 평가받는 교과서가 많습니다. 검정교과서 발행을 지향한 결과이죠. 우리나라도 국정교과서가 검정교과서로 전환되는 추세입니다.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며 가속화되어야 합니다.
성 대표는 “교과서 시장의 변화는 오로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사회, 학문적 변화를 반영함으로써 교과서의 품질을 높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성 대표는 “검정교과서가 확대됨에 따라 국어 도덕 국사 같은 과목에서도 서로 다른 교과서를 사용하는 학생들을 보게 될 것”이라며 “이는 학교 교육의 큰 변화를 예고하는 하나의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변화는 교과서 출판사들에겐 무한경쟁의 시작을 의미한다”면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교과서를 발행한 경험과 축적된 노하우, 제반 환경을 갖춘 기업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대한민국 교과서의 살아 있는 전설
1945년 설립된 두산동아는 그해 국내 최초의 국어 교과서인 ‘신생 국어독본’을 발간했다. 1차 교육과정 때 검정 교과서 21종을 발행한 것을 시작으로 교육과정이 변할 때마다 그 핵심철학을 교과서에 구현했다.
두산동아는 교과서 개발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07년에도 제7차 교육과정이 일부 개정됨에 따라, 개정 취지에 맞게 국어, 과학 등 교과서 개발 작업을 계속했다. 1997년에 만들어진 7차 교육과정이므로, 그간의 시대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기 때문이다.
두산동아의 저력은 역시 빛났다. 7차 개정교육과정으로 첫 적용된 중·고등학교 1학년 영어, 수학 검정교과서가 7종 14책이 합격함으로써 출원종수 대비 국내 최고의 합격률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내년부터 새로 도입될 중학교 국어 검정교과서 개발에 대한 두산동아의 애정은 남달랐다. 두산동아는 2006년 ‘차기 중등국어 교과서 개발 연구위원회’를 결성했다. 수준별 수업과 현장학습을 강조한 7차 개정교육과정에 부합하는 새로운 교과서 모형을 미리 개발하고 그 적용방안을 연구하기 위해서였다. 위원회에는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대학의 국어과 교수 18명과 현장경험이 풍부한 교사 8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이 흥미를 잃지 않고 내용을 잘 소화하는 방안과 교사가 학생들을 효율적으로 지도하는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수차례 실시했고, 선진국의 교과서를 샅샅이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총 9개의 보고서로 만들어졌으며, 교과서 발행에 중요한 기초 자료로 사용됐다.
결국 올해 4월 23일 두산동아가 내놓은 중학교 1학년용 국어교과서가 검정 본심사를 통과했고, 6월 30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부터 합격본으로 판정받았다. 성 대표는 “3년여의 시간, 출판사로는 유례없는 3억5000여만 원의 투자비용, 편집직원들의 열정이 어우러진 산물”이라고 자평했다.
○ 국어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우리의 일차 목표는 학생들이 교과서를 봤을 때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입니다. 요즘 학생들은 교과서를 ‘스캐닝’ 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정독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뽑아서 본다는 의미입니다. 학생들의 학습 행태가 바뀌고 있는 것이죠.”
두산동아는 이런 변화에 주목했다. 학생들이 교과서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재밌게 받아들이는 방법을 개발하는데 집중했다. 사진, 일러스트 같은 비주얼 자료를 활용해 이런 고민을 해결했다. 또 디자인 분야와 일러스트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디자인 자문교수제’를 도입해 교과서 외형도 개선했다. 교과서로 얻은 개념이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만든 것도 두산동아 국어 교과서의 중요한 콘셉트. ‘국어’와 활동형 교과서 ‘생활 국어’가 자연스럽게 연계되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예를 들어 ‘국어’에서는 문학작품을 통해 시의 언어가 일상 언어와 어떻게 다른지를 배운다면, ‘생활 국어’에서는 다양한 상황에서 시어와 노랫말, 일상 언어가 맺는 관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활동을 하도록 한 것이다. 또 소단원 학습, 단원 통합 학습, 단원 마무리, 열린 교실 등으로 구분해 수준에 따라 학습량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두산동아가 만든 교과서에는 동영상, 플래시 애니메이션, 프리젠테이션, 음악 등이 담긴 CD-ROM 등 교사용 보조 자료가 풍부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교과서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디지털 교과서가 눈길을 끈다.
성 대표는 “교과서로 가르칠 교사가 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환경이 마련되어야 공교육이 바로 선다고 생각한다”면서 “각종 교수학습 자료를 무한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콘텐츠 채널의 다원화는 새로운 기회
교과서에서 시작해 참고서, 학습서까지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두산동아는 교육출판업의 새로운 경쟁력을 IT(정보기술)의 발달에서 찾고 있다. 인터넷 포털 기업인 야후코리아 대표이사(2004∼2007년)로 재직했던 성 대표의 이력은 그 해답을 찾는 중요한 실마리가 되고 있다. “두산동아는 원천 콘텐츠를 활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진화시키는 방법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전자사전, 온라인 포털 등 채널 다양화를 실현할 창구를 찾게 되면 교육출판업계를 선도할 것입니다.”
성 대표는 교사, 학생과의 만남을 자주 갖는다. 환경친화적인 출판문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고객감동’ 경영의 연장선. 두산동아 안산공장은 친환경 콩기름 잉크를 사용해 제품을 제조하며, 초등학교 학습참고서 ‘동아전과’ ‘백점맞는 시리즈’의 비닐 백은 환경호르몬이 없는 재료로 제작됐다. 이 결과 지난해 12월 국내 출판사론 유일하게 국제 환경표준인증인 ISO 14001을 획득했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