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이행 안해도 성전환자 성별정정 가능

  • 입력 2009년 8월 18일 09시 45분


가족관계등록부(옛 호적)의 성별을 남자에서 여자로 정정하는 허가기준에서 `병역의무' 조건이 삭제돼 성별정정이 보다 수월해졌다.

대법원은 가족관계등록 예규인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신청 사건 등 사무처리지침'을 개정해 허가기준 중 `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시 신청인이 병역의무를 이행했거나 면제받았을 것'을 요구하는 조항을 없앴다고 18일 밝혔다.

김현보 법원행정처 사법등기심의관은 "병역의무를 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성별정정을 신청했는지를 가리기가 쉽지않고, 실제로도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해당 조항을 삭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또 성전환자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성별을 정정(전환)'이라고 표시하던 방식을 개정, `성별을 정정'이라고만 표시하기로 했다.

이는 성전환자들이 "가족관계등록부에 `전환'이라고 적으면 단순히 가족관계등록부를 잘못 기재해 고친 경우와 성전환을 한 경우가 확연히 나뉘어 감추고 싶은 개인정보가 노출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대법원은 2006년 9월 처음으로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신청을 허가하는 판결을 하고서 7가지의 허가기준을 담은 사무처리 지침을 만들었다.

허가기준은 △만 20세 이상, 혼인한 사실이 없고, 자녀가 없을 것 △생물학적 성과 자기의식의 불일치로 고통받았을 것 △성기수술을 받았을 것 △성전환 수술의 결과 생식능력을 상실했고 종전의 성으로 재전환할 개연성이 희박할 것 등이다.

또 △병역의무 이행 또는 면제 △범죄 또는 탈법행위에 이용할 의도가 없을 것 △성별정정이 신청인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 것 등도 조건이었다.

이런 기준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인권침해적'이라며 개정 내지 폐지를 권고했었다.

대법원은 인권위 권고사항 중 병역의무 부분만 받아들여 올해 1월 20일 예규를 개정했으며, 허가기준 중 `성별정정이 신청인의 신분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 것' 조건도 불필요하다고 보고 함께 삭제했다.

트렌스젠더 인권활동단체 `지렁이'의 활동가는 "어차피 성전환수술을 받으면 병역을 면제받지만, 성별 정정 허가신청 조건에서 병역의무가 삭제됨에 따라 피하고 싶던 절차가 사라졌다"며 "그래도 나머지 조건들은 여전히 높은 벽"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가족관계등록부 상 성별 정정자는 2006년 10명, 2007년 15명, 2008년 29명으로 점차 늘고 있고, 이 중 48명이 남자에서 여자로, 6명이 여자에서 남자로 성을 바꿨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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