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장지동 외곽 위례신도시 예정지. 버스차고지가 몰려 있는 이곳에는 비닐하우스 수십 동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사과상자 크기의 통 20여 개가 눈에 띄었다. 양봉용 벌통이지만 벌은 거의 없었다. 투기꾼들이 보상을 받기 위해 설치한 빈 벌통이기 때문.
내년 말 첫 분양이 이뤄지는 위례신도시의 건축물과 나무 등 지장물 보상절차가 시작되면서 이 같은 불법 행위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보상을 받기 위해 양봉이나 화훼용으로 위장한 비닐하우스가 장지동 버스차고지 근처에만 수십 동에 이른다.
둘이 누우면 꽉 찰 크기의 ‘쪽방’도 등장했다. 조립식 가건물에 칸막이를 설치해 많게는 10개가 넘는 쪽방을 만든 뒤 이를 다른 사람에게 분양해 오래전부터 거주한 것으로 위장한다. 빈 방인데도 보상 기준일 이전부터 거주하는 것으로 보이려고 밥통, 책상, 옷가지 등을 갖다놓는 것은 기본. 또 염소, 닭, 오리 등 가축사육장이나 화훼용 비닐하우스를 급조한 사례도 많다. 최근에는 아파트 특별분양권을 판매한다는 기획부동산까지 대거 등장해 일반인의 피해가 우려된다.
위례신도시는 서울과 경기 성남, 하남시의 땅 678만8000m²(약 205만 평)에 조성된다. 아파트 등 약 4만6000채가 들어서며 2013년 말 처음 입주한다. 현재 토지에 대한 보상은 거의 마무리된 상태. 지장물에 대한 보상은 올 11월부터 시작된다.
한국토지공사 위례사업본부는 위례신도시에 주택 275채, 비닐하우스 1677개 동 등 2500여 개의 지장물 중 일부는 투기를 목적으로 공람공고 이후 설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홍석기 토공 위례사업본부장은 “서울지역 대형 신도시 사업이어서 투기꾼이 몰려든 것 같다”며 “위성사진 등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불법 투기행위를 철저히 가려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