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노사 간 임금협상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결렬됐다. 한국노총 산하 금융산업노조와 금융권 사용자 대표인 은행연합회는 20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제6차 중앙노사위원회를 열고 올해 임금 협상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은행연합회는 올해 임금 등에 대한 산별 교섭을 중단하고 개별 은행 및 기관장에게 교섭권을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사측은 신입직원 초임 20% 삭감을 비롯해 기존 직원에 대해 임금 5% 반납과 연차휴가 50% 의무사용 등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기존직원에 대한 임금 동결안을 내놓았다.
은행연합회 측은 “사측은 경제위기 극복과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범 금융기관 차원의 임금 절감방안을 제안하였으나 금융산업노조는 임금 동결만을 고수해 더 이상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 측은 금융산업노조가 개별 은행장들과 각각 교섭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각 은행별 노조위원장이 은행장들과 협상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금융산업노조 측은 “연차 50% 의무사용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경기가 회복되는 데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임금을 동결해도 비용절감방안에 충분히 협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개별은행 노조위원장에게 교섭권을 주지 않을 예정이어서 앞으로 각 은행장들은 금융산업노조와 협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0년 금융노조가 생긴 이후 금융권이 산별교섭을 통해 임금 협상에 합의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