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커진 숫자개념… 문장제 문제…
모형화폐·숫자카드로 정복
○ 수학 공포…원인을 파헤쳐라
먼저 이유를 따져보자. 초등학교 4학년 수학은 왜 어려운 걸까? 4학년에 이르면 학생들이 접하는 수의 범위가 무한대로 확대된다. 3학년까지만 해도 네 자릿 수 이상의 숫자는 교과서에 등장하지 않는다. 1000원짜리 지폐만 보던 자녀가 갑자기 몇십만 원에서 억, 조에 이르는 돈을 다루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실제로 초등학교 4학년(가) 수학 익힘책에 나온 문제를 살펴보자.
도형도 마찬가지. 3학년 때까지는 직각삼각형, 직사각형, 정사각형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반면 4학년 때부터는 도형의 내부 구성요소와 사각형, 평행사변형, 사다리꼴, 마름모 등 도형과 도형 사이의 관계에 대해 배운다.
이때는 △예각, 둔각, 직각의 구분 △수직과 평행선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각의 크기와 관계 △직사각형, 정사각형, 마름모와 같은 사각형들 사이의 관계 △사각형 모양의 종이를 접었을 때 생성되는 각의 크기 등 추상적인 개념을 익힌다.
평소 읽고 쓸 기회가 자주 없는 큰 수나 추상적인 개념들이 수학 교과서에 다수 포함돼 있다 보니 아이는 점차 수학을 개념적이고 어려운 학문으로 인식한다. 또 정답을 맞힐 때보다 맞히지 못하는 횟수가 늘면서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잃는다. 심한 경우 ‘수학 혐오증’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초기에 바로잡지 않으면 4학년 2학기 때도 자녀는 ‘수학 꼴찌’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 수학 꼴찌 탈출…비상구는 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된 후 자녀의 수학 성적이 현저히 떨어졌다면, 수 개념부터 정확히 익히도록 돕는다.
이땐 모형화폐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10원짜리 동전부터 1만 원짜리 지폐까지 여러 단위의 화폐를 준비한다. 엄마가 부르는 대로 돈을 빼고 더하면서 큰 수의 개념을 익히는 연습을 하도록 한다. 어느 정도 연습하고 나선 10만∼1000만 원짜리 모형 화폐를 사용해 큰 수에 대한 감(感)을 키우는 훈련을 한다.
신문이나 책에서 큰 수 찾아보거나 1부터 9까지 적힌 숫자 카드를 이용해 큰 수를 만드는 게임을 하면 좀 더 흥미롭고 쉽게 큰 수를 익힐 수 있다.
사칙연산 훈련도 필수다. 이땐 ‘×’ ‘÷’ ‘-’ ‘+’를 각각 적은 종이카드를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먼저 연습장에 ‘7 □ 26 □ 103’처럼 임의로 쓴 숫자들을 나열한 뒤 그 사이 사이에 카드를 배치해 계산하는 연습을 한다. 한번 문제를 푼 뒤엔 카드를 다른 순서로 재배치해 계산 순서를 익히도록 하는 게 핵심. 앞서 계산한 결과보다 더 큰 수 또는 작은 수가 되도록 카드를 배치하는 문제를 내면서 훈련의 난도를 높여간다.
○ 하나를 배우면 열을 아는 아이로 변화시켜라
수학은 학년별, 단원별 연관성이 매우 깊다. 기초개념을 잘 응용하면 아직 배우지 않은 단원의 문제도 유추해 풀 수 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을 활용해 수준 높은 문제를 해결하면 자녀는 수학에 대한 흥미는 물론 자신감을 되찾는다.
예를 들어보자. 두 수를 곱해 결과를 도출하는 문제를 풀었다면, 그 다음엔 거꾸로 어떤 수를 곱한 결과를 먼저 보여주고 두 수에 해당하는 숫자들을 모두 찾도록 한다. 이런 식으로 단순한 문제를 여러 방식으로 변형해 푸는 훈련을 하면 응용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문장을 수식으로 바꿔 계산하는 ‘문장제 문제’에 대한 훈련도 필수다. 똑같은 수학문제라도 ‘문장형’으로만 바꾸면 여지없이 틀리는 아이들이 많다. 문장제 문제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려면 문제 자체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연습이 필수적이다. 먼저 ‘문제가 구하고자 하는 핵심적인 결과가 무엇인지’와 ‘문제에 주어진 조건이 무엇인지’를 찾은 다음, ‘어떤 방법으로 답을 구할 것인지’에 관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한 뒤, 과정과 답을 반드시 검토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다.
(도움말: 임성숙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수학연구원)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풀어 보세요]
초등학교 4학년이 특히 어려워하는 수학문제의 유형들. 답을 먼저 보여주고 풀이 과정을 완성토록 하거나 문장제로 바꾼 문제들에 난감해하는 경우가 많다. 수학적 개념과 문제가 묻는 핵심내용을 알면 풀 수 있는 문제다.
[문제 1] (가), (나), (다)가 각각 어떤 숫자인지 알아보시오.
<해설>
(다)×(다)의 일의 자리 숫자는 9입니다. 같은 수를 곱하여 일의 자리 숫자가 되는 경우를 생각해 봅니다.
(다)를 ‘3’이라고 가정한 뒤 다음 문제를 생각해 봅시다. ‘(가)(나)3’×(나)의 일의 자리 숫자는 4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숫자입니까? ‘(가)(나)3’×(가)는 세 자리 수이며 일의 자리 숫자는 1입니다. (가)는 어떤 숫자라고 생각합니까?
(다)를 ‘7’이라고 가정한 뒤 다음 문제를 생각해 봅시다. ‘(가)(나)7’×(나)의 일의 자리 숫자는 4입니다. (나)는 어떤 숫자입니까? ‘(가)(나)7’×(가)는 세 자릿 수이며 일의 자릿 숫자는 1입니다. (가)는 어떤 숫자라고 생각합니까? (가), (나), (다)는 어떤 숫자입니까?
[문제 2] 은주의 나이와 동생의 나이를 더하면 18입니다. 두 사람의 나이를 곱하면 67보다 크고 73보다 작은 수가 나옵니다. 은주와 은주의 동생은 각각 몇 세입니까?
<해설>
먼저 문제가 요구하는 핵심을 파악합니다. 이 문제가 궁극적으로 요구하는 답은 ‘은주와 동생의 나이’입니다. 답을 구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조건은 ‘은주와 동생 나이의 합이 18’이란 점과 ‘두 사람의 나이를 곱하면 67보다 크고 73보다 작은 수가 나온다’는 점입니다. 이 문제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풀 수 있습니다.
(자료제공: 와이즈만 영재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