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직후 일주일
인터넷에 학습계획 공개해 스스로 자극하고
‘학습 시뮬레이션’으로 숙제를 구상하라
○ 졸음방지-집중력 향상을 위한 묘책을 준비하라
“방학 직후엔 책상 앞에 오래 앉아있는 연습, 집중력을 높이는 훈련부터 시작해야 해요. 억지로 앉아 있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죠.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점차 공부에 몰입하는 게 중요해요.”(김 씨)
김 씨는 개학 직후 일주일 동안 휴대용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에 인터넷 강의(인강) 대신 평소 좋아하는 미국 시트콤이나 영화를 다운 받았다. 잠이 쏟아지는 오전이나 야간자율학습 시간에는 이들 영상물을 보며 ‘잠들지 않기’ 훈련을 했다. 영상물들은 자막이 없는 상태로 보아야 효과적. 자막이 없어야 영어 대사에 더 집중하게 되기 때문이다.
졸음이 오는 순간 그 고비를 넘기는 연습을 일주일 간 반복하면 학기 중 계속해서 특정 시간에 조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김 씨의 설명.
수업시간에 졸음이 밀려올 땐? 김 씨는 조용히 책을 들고 교실 뒤로 간다. 선 채로 수업을 듣거나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는 화장실로 가 세수를 하고 돌아왔다. 선생님의 설명을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받아 적는 것도 방법. 이렇게 하면 깜빡 잠들더라도 놓치는 부분을 최소화할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김 씨는 설명했다.
김 씨는 “수업시간 졸음 방지를 위해 책가방에 캔 커피나 비타민 C 등을 챙겨 넣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강수진 씨는 오전 자율학습시간엔 재미있는 인강만 골라 들었다. 깔끔한 외모와 유머를 겸비한 강사의 강의를 들으면 잠을 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땐 수학, 과학처럼 개념 설명이 많은 강의 대신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있는 언어나 외국어영역 강의를 1.4배속으로 빠르게 듣는 게 핵심이다.
수업시간엔 ‘최소한 질문을 세 개 이상 한다’는 각오로 선생님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질문거리를 생각하며 수업을 들으면 집중이 잘 되기 때문. 질문은 졸음을 쫓는데도 효과적이다. 강 씨는 수업 도중 졸음이 밀려올라치면 딱히 질문이 없어도 손을 번쩍 들고 “선생님!”이라고 외친 뒤 다시 한번 설명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수업시간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강 씨가 활용한 방법 중 하나는 교실 맨 앞자리 차지하기. 칠판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선생님이 수학문제를 풀 때 실수를 하진 않는지, 판서 내용에 오자는 없는지 찾다보면 집중력이 저절로 높아진다는 게 강 씨의 설명이다.
강 씨는 “교실 맨 앞자리에 앉아있으면 과학시간 실험 보조 역할처럼 선생님의 ‘도우미’로 자주 불려 나간다”면서 “이렇게 온몸으로 교과내용을 익히면 졸음방지는 물론 학습효과가 배가 돼 일석이조”라고 했다.
이들은 쉬는 시간엔 배드민턴을 하거나 교정을 거닐며 최대한 몸을 움직이고, 버스 이동시간이나 점심시간처럼 비교적 긴 자투리 시간엔 토막 잠을 자며 잠을 보충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 학습 흐름을 몸에 체화(體化)시켜라
방과 후 귀가해서도 흐트러진 학습 흐름을 바로잡기 위한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 학습계획은 ‘50분 공부-10분 휴식’을 원칙으로 세워 학교 시간표가 몸에 익도록 한다. 예습보단 복습 위주로 공부하면서 수업시간 놓친 부분을 보완하는 게 좋다. 계획을 세울 땐 ‘지킬 수 있을 만큼만 계획을 세우고 반드시 모두 실천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적은 양을 구체적으로 적는다.
책상 앞에 앉은 지 30분도 지나지 않았는데 자꾸 엉덩이가 들썩거려진다면 교과서를 덮고 재미있는 책이나 신문을 읽는다. 공부는 안 하더라도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연습을 해야 학습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시험 기간에도 무리 없이 공부를 이어나갈 수 있다.
교과서를 읽고 선생님의 설명을 들어도 어느 부분이 중요한지를 콕 집어내기 어렵다면 1학기 중간·기말고사 시험지와 교과서, 노트 필기를 비교해 보자. 시험문제가 교과서의 어느 단원 어느 부분에서 출제됐는지 일일이 확인하다보면 예전의 감이 되살아난다. 수업시간 어떤 부분을 집중해서 보고 들어야 할지 핵심을 파악하는 ‘눈’을 기르면 한층 효과적으로 2학기 중간고사를 준비할 수 있다.
개학 후 일주일 동안은 학습계획에 대한 실천과정과 그 결과를 꼼꼼히 기록하는 ‘학습일기’를 쓰는 게 좋다. 학습일기에는 △실천한 부분과 실천하지 못한 부분을 나눠 적고 △실천하지 못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쓴 뒤 △언제까지 나머지 분량을 끝마치겠다는 식으로 정리해 넣는다.
의지가 약한 학생이라면 중고교생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학습사이트 게시판에 자기의 하루계획표를 올려 스스로에게 자극을 주며 공부하는 방법도 고려해봄 직하다.
○ ‘학습 시뮬레이션’으로 낭비시간을 최소화하라
개학 직후엔 간단한 숙제 하나를 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무슨 과목 숙제가 있었는지 알림장을 살펴보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이 책 저 책 뒤지다보니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무의미한 학습시간이 늘어나면 정상궤도로 복귀하는 데까진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럴 땐 머릿속으로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방법을 찾아 문제를 해결하는 ‘학습 시뮬레이션’을 하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수업시간에 배운 시와 비슷한 주제를 가진 시를 찾아 감상문을 써오라’는 숙제가 주어졌다면 수업이 끝난 직후 10분간 머릿속으로 그 숙제를 가장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해 본다. 먼저 △단원의 특징 및 성격에 대한 설명이 담긴 ‘학습목표’에서 수업시간에 다뤄진 시의 공통된 주제나 시인들의 공통된 특징을 찾은 다음 △인터넷으로 검색해 한 작품을 선택하고 △A4용지에 800자 분량으로 쓰겠다는 식으로 머릿속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보는 것.
이런 시뮬레이션을 통해 낭비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나머지 시간을 휴식에 활용하면 더 빠르고 더 효과적으로 ‘개학 모드’에 접어들 수 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