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에서 의·치·한의예과로 가는 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전문대학원 체제로 전환되면서 의·치대는 전체 선발인원의 50% 이하로 학부 정원을 줄였고 약대는 학부 신입생을 뽑지 않는 등의 입시 변화로 자연계 최상위권 수험생들 사이에 경쟁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진학사 김희동 입시분석실장은 “경기침체로 안정된 진로를 원하는 수험생까지 많아져 최근 수년간 의·치·한의예과 경쟁률은 꾸준히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의·치·한의예과 신입생을 모집하는 대학은 의예과가 25곳, 치의예과가 4곳, 한의예과가 11곳이고 선발인원은 모두 2300여 명으로 지난해보다 감소해 경쟁률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의·치·한의예과의 ‘좁은 문’을 통과하려면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학별·전형별로 다른 선발방식을 잘 살펴 나에게 유리한 대학과 전형을 찾는 것이다. 다음달 9일 시작되는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를 앞두고 ‘나의 장·단점을 고려한 맞춤형 의·치·한의예과 공략법’을 알아본다.
①학생부 성적이 우수하다면?
학생부 성적은 수시모집에서 필수적으로 반영하는 전형 요소다. 그러나 학생부 성적만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은 없다. 대학 수시모집에서는 학생부 100% 전형이라고 해도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거나 학생부의 교과·비교과를 동시에 반영하거나 ‘학생부+대학별 고사’의 형태로 뽑기 때문이다.
만약 학생부 교과 성적이 좋은데 그 외에는 특별히 준비한 게 없는 수험생이라면 수시모집 가운데 학생부 교과성적우수자 전형을 노려보자. 단계별 전형 없이 순수하게 학생부 100%로만 뽑는 대학 및 전형에는 △관동대 의예과 일반전형 △순천향대 의예과 일반전형 △연세대(원주) 의예과 학생부우수자 전형 △세명대 한의예과 일반학생 전형 △경원대 한의예과 교과성적우수자 전형 △경희대 한의예과 교과우수자 전형 등이 있다. 단, 이들 전형에서는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므로 수능 준비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영어능력인증시험 성적, 올림피아드 수상실적 등이 있는 학생이라면 학생부 비교과(서류)를 비중 있게 반영하는 대학 및 전형에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 의·치·한의예과 지원자들은 내신 편차가 거의 없어 이들 전형에서는 비교과가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 이런 전형에는 △서울대 의예과 특기자 전형 △고려대 의예과 학생부우수자 전형 △연세대 의예과·치의예과 진리·자유 전형 △건양대 의예과 꿈의 전형 등이 있다.
②학생부 성적은 약하지만 대학별 고사에 강하다면?
수시모집에서는 다수 대학이 단계별 전형을 적용한다. 1단계에서 학생부 교과 성적만으로 모집인원의 일정 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논술·면접 등 대학별 고사를 치른다. 내신이 안 좋을 경우 1단계에서 걸러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내신에 자신이 없는 학생이라면 각 대학의 수시모집 전형을 잘 살펴 단계별 전형이 아닌 일괄합산 전형을 골라야 한다. ‘학생부+논술’처럼 대학별 고사가 포함되어 있는 일괄합산 전형에 지원하면 학생부 교과 성적 때문에 1단계에서 떨어지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이런 전형은 주로 일반전형보다는 특별전형에 많고 논술을 잘 하는 학생에게 유리하다. 의예과로는 △연세대 일반우수자 전형 △고려대 일반전형 △한양대 일반우수자 전형 △중앙대 논술우수자 전형 △연세대(원주) 일반우수자 전형이 있다. 치의예과로는 연세대 일반우수자 전형, 한의예과로는 경희대 일반전형이 있다.
③수능 모의평가 성적이 우수하다면?
수능 모의평가 성적이 잘 나온다면 수시모집에서는 소신지원을 해야 한다. 정시모집에서도 얼마든지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정시모집에 도전한다면 수능 100% 반영을 내세운 대학들에 주목해보자. 수능 100%로 모집인원의 최대 70%까지 우선 선발하는 대학도 있고, 분할모집을 통해 특정 모집군에서 수능 100%로 선발하는 대학도 있다. 수능 성적이 잘 나온다면 이들 전형에 과감하게 지원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정시모집에서 수능 우선선발을 실시하는 대학들을 분류해보면 △정원의 70%를 수능 우선 선발하는 대학이 고려대 의예과(가군), 연세대 의예과·치의예과(가군), 성균관대 의예과(가군), 한양대 의예과(가군) △정원의 50%를 수능 우선 선발하는 대학이 중앙대 의예과(나군), 경희대 한의예과(가군) △정원의 30%를 수능 우선 선발하는 대학이 아주대 의예과(가군) 등이다. 가·나군 분할모집을 실시하는 전남대 의예과, 충북대 의예과의 경우는 전남대 가군, 충북대 나군에서 수능 100%로 학생을 선발한다.
도움말: 메가스터디 이석록 입시평가연구소장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