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나란히 KAIST 나온 ‘쌍둥이 형제의 3Step학습법’

  • 입력 2009년 8월 25일 03시 04분


《쌍둥이 형제는 초등학교 때만 다섯 번 전학을 다녔다.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전국을 돌아다녔으니 학원에 다니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쌍둥이는 대신 문제집을 함께 풀고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공부했다.

쌍둥이 형제인 박현준, 현성 씨(25)는 이런 공부법으로 한성과학고, KAIST, KAIST 경영대학원을 나란히 졸업했다. 형인 현준 씨는 현재 서울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며 치과의사가 되기 위한 길을 걷고 있으며, KT 병역특례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최근 공인재무분석가(CFA) 자격증을 딴 동생 현성 씨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꿈꾼다.

이들 형제는 사교육 없이도 공부를 잘 할 수 있었던 노하우를 모아서 ‘쌍둥이 형제의 3Step 학습법’이란 책을 내기도 했다. 두 사람에게서 학원 도움 없이 스스로 주도하는 공부법을 들었다. 그들은 평소와 시험에 임박했을 때 각각 어떻게 공부했을까.》

스스로 만든 공부마법은…
시험 3주전-문제집 3권-3번 푸는것

○ 평소 공부법: 대학생 때도 하루도 빠짐없이 복습

형제는 어머니로부터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고 했다. 대신 어머니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곧바로 손발을 씻고 그날 배운 것을 복습하라’는 숙제를 내줬다.

복습은 한 시간 남짓 그날 배운 교과서 내용을 읽고, 월간 문제집인 ‘이달학습’을 어머니가 그날그날 정해준 분량만큼 푸는 것이었다. 숙제만 끝내면 어머니는 형제가 자유롭게 놀도록 했기 때문에 학교에 다녀오면 곧바로 복습하는 습관이 형제에겐 생겼다. 형 현준 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잡힌 습관이 대학 때까지 이어졌다”면서 “어떤 대학생이 매일 복습을 하겠느냐”며 크게 웃었다.

두 사람은 중고등학교에 가서도 매일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주요과목을 복습했다. 여전히 복습은 그날 배운 범위만큼 교과서를 읽고 문제집을 풀어보는 것. 문제집은 교과서를 낸 출판사에서 나온 것으로 사되, 교과서들의 내용이 서로 비슷한 수학은 자기 마음에 드는 문제집으로 골랐다. 동생 현성 씨는 “공부를 할 때는 ‘공부시간’이 아니라 ‘분량’이 중요하다”면서 “복습을 할 때는 ‘오늘 배운 데’를 한다는 원칙이 늘 서있었기 때문에 정해진 양을 끝낼 때까지 몰입해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국어 영어 등 언어 과목은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내신 공부 외에도 별도의 공부가 필요했다. 영어는 독해 문제집(‘리딩튜터’), 문법책(‘맨투맨’), 어휘책(‘우선순위영단어’) 등 영역별로 문제집을 산 뒤 ‘지문 서너 개’, ‘한 챕터’, ‘단어 20∼30개’처럼 매일 목표치를 정확하게 정해두고 이를 하루도 빠짐없이 지켰다. 이렇게 공부하다 보니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 오히려 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어는 어느 정도 예습이 필요했다. 자습서를 사서 수업 전 문학, 비문학 지문을 모두 읽어보고 글의 주제, 표현법, 복선, 시점 등 부가설명을 보며 익혔다.

○ 시험 공부법: 시험 3주 전, 3권의 문제집을, 3번 푸는 ‘3Step 학습법’

두 사람은 “‘공부를 위한 공부’와 ‘시험을 위한 공부’는 다르다”고 말한다. 이들이 이 사실을 처음 안 것은 중학교 1학년 첫 중간고사 때. 사흘에 걸쳐 아홉 과목 혹은 열두 과목을 보는 중학교 시험은 그야말로 ‘전쟁’이었다. 시험 1주 전에 ‘느긋하게’ 시험공부를 시작했더니 공부해야 할 양은 많고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형제는 스스로 가장 좋은 시험 공부법을 실험했다. 시험준비 기간을 늘려 잡기도 하고, 같은 내용을 몇 회 반복해 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알아보기도 했다. 이런 시행착오를 거쳐 만들어낸 시험 공부법은 ‘시험 3주 전에, 3권의 문제집을, 3번 풀어보는’ 것. 두 사람은 여기에 ‘3Step 학습법’이라는 독특한 이름을 붙였다.

쌍둥이 형제는 3Step 학습법에 따라 시험 3주 전에 주요과목을 공부하고, 시험 2주 전엔 암기과목 공부에 들어갔다. 암기과목의 경우 하루에 한 과목을 몰아서 공부하는 편이 전체 흐름을 파악할 수 있어 좋았다. 주중보다 공부할 시간이 많은 주말은 하루 두 과목씩 공부했다. 시험 1주 전에는 암기과목 시험범위를 두 번째로 보고 마지막 학교수업을 들었다. 시험 문제를 이미 출제한 학교 선생님들은 마지막 수업 시간에 시험문제를 은근슬쩍 암시해주는 경우가 많으므로 교사에게 집중적으로 질문을 던지며 어떤 내용이 시험에 나올지 감을 잡았다.

과목별로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두 권의 문제집을 샀다. 그리고 형제가 문제집을 서로 바꿔가며 풀었다. 취약한 과목이 있으면 또 다른 출판사의 문제집을 한 권 더 사서 모두 세 권의 문제집을 서로 바꿔가며 풀었다. 이렇게 공부하면 시험에 나오는 대부분의 문제유형이 낯 익어 실전에서도 쉽게 풀 수 있었다.

문제집을 풀 때도 3회 반복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이론 정리+문제 풀이’를 한 세트로 해서 3회를 반복한 것. 이런 과정을 통해 문제집을 100% 활용할 수 있었다.

문제집 활용은 다음 3단계를 거쳤다.

①1단계=문제집의 ‘차례’를 살펴보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한다. 이후 문제집 내에 이론이 정리된 부분을 정독한다. 이때 중요한 부분에 눈에 안 띄는 노란색 연필로 표시를 한다. 그 뒤 문제를 푼다. 문제를 풀 때는 각 페이지 하단 여백에 답을 적고 채점을 한다.

②2단계=다시 문제집 내 이론정리를 살펴본다. 이 때도 여전히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에는 한층 눈에 잘 띄는 연두색 연필로 표시한다. 이후 동일한 문제집을 두 번째로 푼다. 이 때는 문제집이 아닌 연습장에 답을 적고 문제집의 각 페이지 하단에 이미 적어두었던 정답과 비교하며 채점한다. 채점결과 ‘실수’로 틀린 문제에는 ‘△’ 표시를, ‘몰라서’ 틀린 문제에는 ‘☆’ 표시를 한다.

③3단계=또다시 문제집 내 이론정리를 본다. 선생님이 “시험에 꼭 나올 것”이라고 수업시간에 언급한 내용을 떠올리면서 해당 단어·문장·문제에 형광펜이나 빨간색 펜으로 표시를 한다(빨간 표시 부분은 시험 당일 해당 과목 시험을 10분 앞둔 쉬는 시간에 최종적으로 다시 읽는다). 이후 마지막 세 번째로 문제집을 풀어본다. 이때는 ‘△’ 표시, ‘☆’ 표시를 한 문제에 특히 집중해서 푼다. 이렇게 하면 문제집 자체가 훌륭한 ‘오답노트’가 된다.

쌍둥이 형제는 “공부는 ‘날개’와 같다”고 했다. 형 현준 씨는 “꿈이 계속 바뀌었지만 그때마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공부를 통해 나 자신의 능력을 미리 키워뒀기 때문”이라며 “꿈이 생겼을 때 그 꿈의 정상까지 날아오를 ‘날개’가 되어주는 것이 바로 공부”라고 말했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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