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와 토양이 맞지 않아 재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작목들이 강원도 최북단 지역에서 잇따라 재배에 성공해 새로운 소득 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24일 양구군에 따르면 양구사명산멜론작목반 24개 농가가 20일 ‘사명산 멜론’ 첫 출하를 시작으로 본격 생산에 들어갔다. 이번에 출하된 멜론은 일명 네트로 불리는 표면 무늬가 선명한데다 당도가 15∼16브릭스로 다른 지역 제품보다 높아 서울 가락동농수산물시장과 서울청과에서 8kg(4개 들이)에 1만7000원의 당일 최고 경매 가격을 기록했다.
양구는 주로 오이, 호박 등 작목을 생산했으나 반복 경작으로 토양이 황폐해지고 병충해 가 많이 발생해 대체작목 찾기에 고심해 왔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양구군농업기술센터와 농가들이 1.2ha(약 3630평)에서 시험 재배를 통해 고품질 멜론 재배에 성공했다. 올해 양구읍, 남면, 해안면 지역 7ha(약 2만1000평)의 하우스에서 정식 재배를 시작했다. 올해 목표 생산량은 200여 t으로 6억3000만 원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앞서 2007년부터 출하에 나선 화천군 오음리 멜론작목반도 다음 달 본격 출하를 앞두고 있다. 화천 멜론도 품질이 뛰어나 지난해에 이어 백화점 및 대형 마트 등에 좋은 가격으로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2.3ha(약 7000평)에서 멜론을 재배해 지난해 수익 3억 원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오음리 멜론작목반은 출하시기를 추석 이전인 9월 20일경으로 맞춰 높은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장두영 멜론작목반장(51)은 “그동안 부단한 노력과 연구로 전국 최고 품질의 멜론 재배에 성공했다”며 “차별화된 전략으로 판매망을 확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남쪽 지방에서 주로 재배돼온 녹차도 고성군에서 시제품이 출시됐다. 고성군은 ‘고성녹차그린투어사업’으로 녹차밭을 조성한 지 4년 만에 떡차(1만6000원)와 덖음차(2만6000원) 두 종류의 시제품을 선보였다. 27개 농가가 14.1ha(약 4만2000평)에서 재배하며 향이 짙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판로 확보에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성군은 녹차 제품 외에도 녹차밭을 체험관광지로 적극 활용하기 위해 현내면 산학리에 ‘산학다원’ 체험장을 조성하고 관광객 유치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고성군농업기술센터 이철훈 씨는 “온난화와 재배 기술 향상 등으로 강원도에서도 녹차 재배가 가능해졌다”며 “가공 기술만 높인다면 보성이나 하동 못지않은 고품질의 녹차 제품을 생산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