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최근 경제자유구역인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유치하려다 실패한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정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송도바이오메디파크’를 조성하기로 결정해 논란을 빚고 있다.》
‘첨단의료복합단지’ 탈락 하루만에 청사진 발표
정부지원 신서-오송단지로 기업 이전 가능성 커
시는 2005년 송도국제도시 내 100만여 m² 규모의 터를 첨단의료복합단지 예정지로 선정하고 정부에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송도국제도시에 의료 및 바이오 분야 연구소와 기업이 입주할 예정이기 때문에 수도권의 다른 지역에 비해 입지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장점으로 들었다. 그러나 정부는 10일 첨단의료복합단지위원회를 열어 충북 오송과 대구 신서를 예정지로 선정했다. 인천은 전국 10개 후보지 가운데 최하위권 점수를 받아 탈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경쟁에서 탈락한 이튿날 이 터에 의료 서비스, 바이오 신약 개발, 첨단 의료기기 등을 개발하는 ‘송도바이오메디파크 조성 전략’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민간자본 3조 원을 유치해 송도국제도시 4공구(29만 m²), 5공구(34만4000m²), 11공구(46만3000m²) 등 모두 109만7000m²에 이르는 터에 파크를 조성하겠다고 설명했다. 세계적 규모의 병원과 연구소, 기업 등 110여 개의 기관과 기업을 유치해 첨단 의료·바이오 복합단지로 육성하겠다는 것.
시는 1차적으로 2014년까지 4, 5공구에 46개 기관과 기업을 유치하고, 2020년까지 11공구에 64개 기업과 연구소를 입주시켜 세계 3위 수준의 의료바이오 허브로 발전시킨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웠다. 시는 정부의 도움을 받아 9∼10월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을 대상으로 투자유치상담을 벌이기로 했다.
하지만 시의 이 같은 민자 유치 계획에 회의적인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터 조성이 마무리된 4공구(바이오단지)의 경우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등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4공구는 2004년부터 바이오기업 유치에 나섰지만 현재 가동하고 있는 기업은 한 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외국기업과 합작한 기업체 3곳이 터를 매입했으나 제조시설에 불과할 뿐 연구소는 없다.
또 시는 2006년부터 5공구에 미국 퍼듀대, 경상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경희대 등 국내외 대학과 의료·바이오 분야 연구개발시설을 설립하기로 사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2년이 넘도록 본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상태다. 가천의과대가 IBM과 합작한 ‘바이오리서치콤플렉스(BRC)’가 유일하게 계약을 맺었으나 조성원가에 터(20만 m²)를 제공해 헐값 매각 논란이 일고 있다. 게다가 전체 터의 70% 정도를 아파트형 공장이나 오피스텔을 지어 분양할 계획이어서 특혜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결국 정부가 첨단의료단지로 결정한 대구 신서혁신도시나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에 국공립 연구개발시설이 입주할 예정이어서 관련 기업도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송도국제도시는 다른 지역에 비해 인프라가 뛰어나기 때문에 투자 유치에 경쟁력이 있다”며 “정부에서 지원하는 바이오진흥기금과 벤처기금, 법인 설립, 마케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운영재단을 설립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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