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지금부터 손님, 종업원, 주인 역할을 번갈아 해보세요. 주인으로 손님을 맞이할 때와 종업원 신분으로 손님을 맞이할 때 느낌과 태도에 변화가 생길 겁니다. 다음은 손님 역할을 할 때 자신을 맞이한 종업원의 태도에 대해 한 분씩 소감을 말해보세요.”
21일 오전 11시 대구 달서구 본동 O식당. 한식전문점인 이곳에서 이색적인 손님 응대 교육이 실시됐다. 친절청결교육협회 소속 조윤진 강사(28·여)가 이 음식점 종업원 3명과 주인 김민희 씨(56·여)를 대상으로 손님맞이 요령과 주문받기, 음식 차리기, 계산과 배웅 등 단계별 과정을 가르쳤다. 주인 김 씨는 “강사가 세심한 부분까지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것 같다”며 “종업원들의 서비스 태도에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강사 조 씨는 “음식점 주인보다 종업원들이 교육에 더 적극성을 보여 보람을 느낀다”며 “대구지역 음식점 종업원들이 전국에서 제일 친절하다는 평가를 받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대구 달서구가 한국음식업중앙회 달서구지부와 함께 관내 음식점을 대상으로 ‘깨친맛 운동’을 벌여 눈길을 끌고 있다. ‘깨친맛’은 ‘깨끗하고, 친절하고, 맛있게’의 준말.
달서구는 지난해 7월부터 이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관내 모범 음식점 270곳을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 등을 실시해 ‘깨친맛 음식점’ 20곳을 지정했다. 구는 이달부터 지역 모범 음식점 270여 곳을 대상으로 친절교육 등을 실시해 깨친맛 음식점 30여 곳을 추가로 지정할 방침이다. 이어 내년부터 2011년까지 달서구의 일반음식점 5300여 곳을 대상으로 깨친맛 음식점 지정을 위한 평가를 할 예정이다.
주민 60만 명이 사는 달서구의 음식점 수는 대구 전체의 21%인 5500여 곳으로, 8개 구군 중 가장 많다. 달서구는 이 음식점들을 대상으로 ‘깨친맛 음식점’ 지정 운동이 확산되면 대구의 음식문화가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8월부터 관내 음식점에 전문가를 보내 맞춤형 방문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 실시 전 모니터 요원이 사전에 업소를 찾아가 내부 청결도와 직원들의 친절도 등을 진단해 문제점을 파악한 뒤 부족한 점에 대한 집중 교육이 진행된다.
이후 식품영양학 전공 교수 등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된 ‘깨친맛 음식점 지정위원회’가 심사를 통해 지정을 결정하게 된다. 청결도(40점), 친절도(30점), 맛(30점) 등의 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을 얻어야 되며 지정 업소에는 메달과 명패 등이 지급된다. 친절교육 등 사후 관리도 엄격하게 이뤄진다. 이 때문에 식품위생법에 의해 지정되는 모범 음식점보다 낫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달서구는 이 운동을 홍보하기 위해 호산동 일대 음식점 밀집 거리를 ‘깨친맛 거리’로 지정하기도 했다. 대구가톨릭대 외식산업학과 유영진 교수는 “깨친맛 운동은 ‘무뚝뚝함’으로 상징되는 대구지역 음식점에 대한 선입견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지역의 새로운 음식문화 운동으로 퍼져 나갈 수 있도록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