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김준규 개혁風’

  • 입력 2009년 8월 27일 02시 54분


특수부에 기획통 배치… ‘경영형 감사’ 도입… 6단계 결재는 3단계로…

김준규 검찰총장(사진)이 취임한 이후 검찰 조직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김 총장이 20일 취임사에서 “그동안의 타성에서 벗어나 쓸데없는 일을 과감하게 버리고 범죄와 싸우는 데 온 힘을 모으자”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우선 검찰 수사관행을 변화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구체화되고 있다. 대검찰청은 27, 29일 이틀 동안 대검 중앙수사부 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등 특별수사를 맡고 있는 부장급 10여 명이 참석하는 ‘검찰 수사의 새로운 패러다임 모색을 위한 워크숍’을 열고 주제 제한 없이 난상토론을 벌이기로 했다. 주말인 29일에는 김 총장도 참석한다.

25일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기존의 관행과 달리 ‘기획통’들을 특별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과 대검 수사기획관 등에 기용한 반면 ‘특별수사통’들은 일선 검찰청의 차장으로 배치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검찰 안팎에선 긍정적인 평가와 부정적인 평가가 엇갈린다.

조직과 행정의 ‘군살빼기’에도 나섰다. 대검은 일선 검찰청의 정기 사무감사에 김 총장이 2008년 부산고검장 시절 실시했던 ‘경영형 사무감사’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경영형 사무감사는 업무처리 절차가 효율적인지, 부서별 인력 배치는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찾는 데 목적이 있다. 검찰의 기존 사무감사는 사건이나 업무처리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에 주로 초점을 맞춰 왔다. 검찰 고유의 업무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조직 평가 모델을 만들기 위해 외부 컨설팅 회사에 용역을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 총장 스스로 보고와 회의, 결재 과정에서 거품을 뺐다. 이전까지 총장 보고는 대면(對面)보고가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김 총장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성격의 보고는 전화로 받고, 자신이 결정을 내려야 할 필요가 있을 때만 대면보고를 하도록 방식을 바꿨다. 회의도 일방적으로 지침을 내리기보다 토론과 합의가 필요할 때만 열어 회의를 줄여 나가기로 했다. 김 총장은 24일 취임 후 첫 대검 확대간부회의에서 “지난주에는 무슨 일을 했고 이번 주에는 무슨 일을 하겠다는 식의 보고는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복잡한 결재 과정도 무조건 ‘3단계’로 줄일 계획이다. 가령 기존에는 주임이 서류를 기안하면 ‘계장-사무관-과장-부장-차장-검사장’ 순으로 6단계 결재를 받는 식이어서 ‘주임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검사장 결재가 필요한 문서는 사무관이나 과장이 기안자가 돼 최종 결재까지 결재자 수를 3명으로 줄이라는 것이다. 김 총장은 최근 대검 각 부서에 자신의 검찰조직 운영방침을 알리고 다음 달 중순까지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내놓도록 지시한 상태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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