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하는 교사 왕따되고…” 양인자 교장 회고록 펴내

  • 입력 2009년 8월 27일 15시 15분


"일 잘하는 교사는 오히려 '왕따'가 되고 '예스맨'은 장학사가 돼 군림한다."

30일 정년퇴임하는 양인자 서울 시흥중 교장(62·여)이 교육계에 거침 없이 쓴 소리를 남긴 책 '고발들 하려면 하세요'를 펴냈다. 양 교장은 책 머리말에 "부족한 일개 교사의 푸념"이라고 밝혔지만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양 교장은 먼저 정신분열증이 의심되거나 청각 장애가 있는 교사들이 한 번 임용시험에 합격했다는 이유로 계속 교단을 지키고 있어 학생들 학습권이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양 교장은 "정신분열증을 겪는 교사가 있어 학생들이 불만을 제기해 서울시교육청에 신고했지만 '특별한 방법이 없다'며 아무런 조치를 해주지 않았다. 결국 본인이 사표를 낸 후에야 잠잠해졌다"고 썼다. 청각 장애로 학생들이 놀려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해 정상적인 수업 진행이 불가능한 교사에 대해서는 "학생들도 불쌍하고 밥줄인 교직을 놓지 못하는 교사도 불쌍하다"고 썼다.

양 교장은 이와 함께 "교원 사회에서는 일 잘하는 교원에 대한 시기가 극심하다. 일 잘하는 교사는 '왕따'가 되고 교장 교감한테 접대 잘하는 교사는 좋은 근무평점을 따 장학사가 된다"며 "윗사람에겐 예의 바르지만 동료 간 이해심은 제일 부족하고 수업은 성의 없게 하는 이들이 장학사가 된 경우가 흔하다"고 꼬집었다. 또 "장학사는 학교 주요 업무를 맡기 전에 임명돼 학교 현장을 잘 모른 채 공문을 내려 보내고 늘 지시사항을 재촉하기에 급급하다. 공문 중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질문하면 다시 시교육청에 물어 답변하고 정확한 답변 없이 재량권을 주는 듯하면서도 책임지는 일은 전혀 하지 않아 학교로선 답답할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책에는 교장공모제에 대한 비판도 들어 있다. 양 교장은 "교장공모제가 대부분 낙하산 인사, 퇴임 장학사 자리 챙기기용"이라고 비판하며 "능력과 조직의 안정성을 고려한 인사가 아니라 정권 실세들과 줄 닿아 있는 사람을 우선 발탁하려는 인사의 악습"이라고 주장했다. 양 교장은 계속해서 "소외지역에 발령 받는 교감·교장 중 장학사 출신 비율은 극히 저조하다"며 "이런 왜곡들이 묵묵히 교단을 지키는 교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양 교장은 또 대형 교복 업체들의 가격 담합을 비판했고, 학교 시설 사용료를 '눈먼 돈'이라고 비판했다. 책에는 학교에 각목을 들고 찾아온 학부모나 사고를 쳐 전학을 보내자 교장실 문을 차고 폭언을 한 문제아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다.

양 교장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내가 직접 학교 현장에서 경험한 일인데 주변에서 '정말 이 책을 써도 괜찮겠냐'고 묻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며 "좀더 현실적으로 나은 교육을 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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