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로부터 선박의 건조 및 운항에 대한 검사 업무를 위임받은 비영리 법인인 한국선급의 비리 백태가 경찰의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횡령, 배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한국선급 오공균 회장(58)과 배임수재 및 횡령 혐의로 연세대 백모 교수(51), 배임증재 혐의로 S건축 박모 대표(43)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오 회장과 임원 등 5명은 2007년 및 2008년 이사회에 임원 연봉 인상에 대한 안건을 상정하며 비교대상이 되는 다른 기관장의 연봉을 부풀려 작성한 보수 지급표를 제출해 연봉인상안이 가결되도록 했다. 이런 방법으로 오 회장 등은 2년간 4억5600만 원을 부당하게 지급받았고, 연봉 인상 내용을 직원들이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임직원 연봉에 대한 보안 각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또 오 회장은 지난해 4월 회사 돈 900만 원을 빼내 국회의원에게 20만∼200만 원씩 기부하고 직원 245명에게도 의원들에게 2535만 원을 기부토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에게 기부를 받은 의원은 민주당 소속 의원이 21명, 한나라당 7명, 자유선진당 1명, 민주노동당 1명 등 총 30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하 직원들에게 정치 기부금을 내도록 한 것은 정치자금법 위반이지만 해당 의원들은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또 출장비를 과다하게 청구하는 방식으로 8400여만 원을 횡령했고, 직원을 취직시켜 준 대가로 25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오 회장은 해운항만청과 해양수산부에서 20여 년 동안 근무한 공무원 출신으로 인천지방해양수산청장을 지낸 뒤 2007년 한국선급 회장으로 선임됐다.
오 회장의 특혜를 받아 사옥 신축 사업관리자로 선정된 백 교수는 자신의 후배인 S건축 대표 박 씨에게 설계용업사업자 선정 대가로 용역비의 10%인 1억81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백 교수는 이 돈을 직접 받지 않고 지인 2명의 계좌를 거쳐 3년 뒤 만기되는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관리했다. 백 교수는 또 사옥 사업관리자 연구용역비로 4억8000만 원을 받기로 계약하고도 소속 학교에는 3000만 원에 계약한 것으로 속여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한국선급 측은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특정 정당이나 개인을 지정해 헌금을 강요하지 않았으며 연봉 인상과 관련해 이사회에 제출한 자료는 기획재정부 자료를 발췌한 것으로 허위 내용이 없다”고 주장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