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풍납동의 한 중학교는 2007년 본관 교실에 비가 새 800만 원을 들여 보수공사를 벌였다. 하지만 지난해 교실 다섯 곳과 복도에서 빗물이 샌 데 이어 올해도 교실 8곳과 복도에서 누수가 감지돼 총 2년간 1억1700만 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2002년에 지어진 강북구 미아동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는 7년 만인 올해 교실 18곳 천장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이 학교에는 1억6200만 원이 투입돼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진행됐다.
서울 시내 공립학교 중 매년 100개가 넘는 곳에서 빗물이 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이주수 의원(한나라당)이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빗물 새는 학교 현황’에 따르면 2007년부터 올해 이달 15일까지 1000여 개 시내 공립학교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94곳이 한 번이라도 빗물이 샌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가운데는 신축된 지 10년도 되지 않은 학교에서도 빗물이 새는 경우나 3년 연속 누수 보수 공사를 한 학교도 있었다.
○ 예산 늘리면 뭐 하나
이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매년 100억 원에 가까운 예산이 빗물 누수 공사 비용으로 투입됐으나 비가 새는 학교는 오히려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07년 빗물이 새는 121개 공립학교를 보완하는 데 들어간 예산은 84억 원. 하지만 1년 뒤인 지난해 비가 새는 학교의 수는 줄기는커녕 243곳으로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 이 학교들을 수리하기 위해 지난해에는 새로 180여억 원의 예산이 추가로 집행됐으나 올해 3월까지 비가 샌다고 신고한 학교만 벌써 107곳이다. 특히 7, 8월 장마 기간을 거치면서 누수 문제가 발생한 학교 23곳이 새로 추가돼 올해 들어 보수 공사 예산으로만 93억 원이 집행됐다. 최근 3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357억 원에 이르는 돈이 빗물 누수 공사 예산으로 투입된 셈이다.
3년 연속으로 보수 공사를 받은 학교도 4곳에 달했다. 강동구 둔촌동의 한 중학교는 지난해와 올해 빗물이 새 총 8000만 원을 들여 보수 공사를 했다. 이 학교는 2007년에는 완공된 지 7년밖에 안 된 체육관 지붕에서 빗물이 새 1000만 원을 지원받았다.
○ 신축한 지 10년도 안 됐는데…
2000년대 들어 지어져 ‘새것’에 가까운 학교 건물들도 누수에는 예외가 없었다. 강서구 공항동의 한 초등학교 역시 지어진 지 4년 만인 2007년 교실 4곳과 복도에서 빗물이 샜다. 도봉구 도봉동과 노원구 상계동의 초등학교는 각각 2002년과 2003년에 만들어졌지만 불과 4, 5년 만인 2007년 교실과 옥상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용산구 후암동의 한 초등학교 역시 2004년에 지은 정보센터 건물에서 빗물이 새는 등 2000년대 들어 지은 학교에서 누수가 발생한 경우는 2007년 13곳에 이어 2008년 31곳, 2009년은 벌써 16곳에 달한다.
이 의원은 “오래된 학교는 그렇다 치더라도 지은 지 10년도 안 된 학교에서 빗물이 새는 것은 신축 당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증거”라며 “부실 공사와 관리 감독 소홀로 인해 막대한 세금이 학교 누수에 투입되고 있는 데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