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신종 인플루엔자 치료 거점 병원인 서울 노원구 상계백병원 환자보호자대기소에서 마스크를 쓴 여성이 아이를 끌어안은 채 신종 플루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홍진환 기자
■ 거점병원 주말-휴일 북적 검사 비용 20만원 들어도 3, 4시간씩 줄서 병원측 “절반 이상은 검사 필요없어 귀가” “확진검사를 받으시려면 보통 서너 시간은 기다리셔야 하고요. 비용은 총 20만 원 정도 부담하셔야 합니다. 그래도 검사를 받으시겠습니까?” 신종 인플루엔자A(H1N1) 국내 감염자가 4000명을 넘어선 29일 낮 12시경 서울 구로구 고려대구로병원 응급실 앞에는 신종 플루 검사를 받기 위한 사람들의 줄이 이어졌다. 병원 응급실 앞 컨테이너에 마련된 발열진료소에는 환자들이 마스크를 쓴 채 진료를 기다렸다. 컨테이너 진료소에서는 1단계로 발열 상태에 대한 점검이 이뤄졌다. 신종 플루 환자의 95%가 체온이 37.8도를 넘었기 때문에 의료진은 고막형 체온계로 환자들의 체온을 잰 뒤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한지 판단했다. 발열과 함께 콧물, 목 통증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 건물 안쪽에 마련된 진료실에서 확진검사 등이 이뤄졌다. 주말 점심시간이었는데도 10여 명의 환자가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세 살짜리 아들이 열이 나 병원을 찾았다는 추모 씨(36·여)는 “오전에 동네 소아과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혹시 몰라서 대학병원으로 와서 두 시간 넘게 기다려 확진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확진검사는 목 안에 면봉을 문질러 점액을 채취한 뒤 시약 등을 통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것으로 최종 결과는 2∼5일 걸린다. 1시간 이내에 결과가 나오는 신속항원검사도 있지만 신뢰도가 낮다. 평일에는 거점병원의 응급실뿐만 아니라 감염내과 등에서도 신종 플루 검사를 할 수 있지만 휴일에는 응급실에서만 검사가 가능해 응급실이 더욱 부산했다. 고려대구로병원 응급실 관계자는 “아이들이 열이 나면 부모들이 불안한 마음에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확진검사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며 “별다른 증상이 없는 환자들이 검진을 요구할 경우 평일에 외래로 오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응급실 부담이 늘어나자 보라매병원은 주말에도 신종 플루 진료를 위한 전담 의료진을 배치했다. 보라매병원 송경준 응급의학과장은 “평상시는 신종 플루 검사를 위해 100명 정도 찾는데 주말에는 2배 가까이 많아 신종 플루 검사 전담 의료진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단순히 걱정이 돼 검사를 원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도 병원이 붐비는 이유다. 이날 보라매병원을 찾은 손모 씨(29·여)는 “평소 감기에도 잘 안 걸리는데 최근 중국에 다녀온 뒤 몸살이 나 걱정이 돼 찾아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진은 “지금은 별다른 증상이 없고 노인이나 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이 아니어서 치료제인 타미플루를 처방할 수도 없다”며 “확진검사를 해도 실익이 별로 없으니 증상이 나타나면 다시 병원에 오시라”며 돌아갈 것을 권했다. 타미플루는 증상이 나타난 지 48시간 안에 복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는데 검사 결과가 며칠 뒤 나오기 때문에 큰 비용을 들여 확진검사를 해도 효과가 없다는 것. 보라매병원 송 과장은 “단순히 걱정이 돼 찾아온 후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 검사 없이 바로 귀가하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다”며 “현재 질병 자체의 치사율은 독감 수준으로 그리 높지 않은데 공포감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우선접종 대상자 일부에 무료 백신 추진▼ 녹십자 “백신 1900만개 생산” 정부와 한나라당은 31일 당정회의를 열어 신종 인플루엔자 예방 백신 우선접종대상을 정하고 이 가운데 일부에 대해 국가가 전액 비용을 대는 방안을 논의한다. 백신 비용은 정부가 지원하고 진료비는 본인이 부담하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우선접종대상자는 당정의 의견이 달라 당장 결정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백신 구입 예산으로 1000억 원을 추가 배정해 총예산을 3000여억 원으로 늘렸다. 한편 녹십자는 신종 플루 백신 생산을 연말까지 최대 1900만 도스(1회 접종분)까지 늘릴 수 있다고 30일 밝혔다. 녹십자가 연말까지 최대로 생산할 수 있는 1000만 도스 가운데 700만 도스를 11월 말 이전에 정부에 공급하고, 12월 이후 생산분인 300만 도스는 항원보강제를 첨가해 600만∼1200만 도스로 늘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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