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소득 수준에 따라 대출을 제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에만 DTI 규제가 적용된다.
정부 관계자는 30일 “당초 8월까지는 추가 규제를 하지 않는 대신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와 부동산 가격 동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9월 이후 규제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바 있다”며 “모니터링 결과 집값 오름세가 심상치 않아 이제부터는 예고 없이 전격적으로 DTI 등 금융규제책을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8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약 341조 원으로 7월보다 4조 원가량 증가했다. 월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1월 1조5000억 원 △3월 3조4000억원 △5월 3조5000억 원 △7월 4조5000억 원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8월엔 증가 폭이 약간 둔화됐지만 주택 매매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출수요가 여전히 과도한 수준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의 증가로 집값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고 보고 DTI 적용 지역을 수도권으로 넓히는 시기와 방식을 국토해양부 등 다른 부처와 조율 중이다. 지금까지는 당국이 강남 3구에 대한 DTI 비율을 더욱 강화하거나 일부 집값 급등지역에만 DTI를 추가 적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이럴 경우 DTI 규제가 없는 주변 지역으로 대출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적용 지역을 대폭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원래 DTI를 적용하려면 기획재정부가 해당 지역을 주택투기지역으로 지정해야 하지만 이번에는 금융당국이 DTI 비율과 기준을 은행 내규에 반영토록 권고하는 방식으로 대출규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 대출 수요가 늘어난 곳 가운데 투기지역 지정 요건을 충족할 만큼 집값이 오르지 않은 지역이 많아 투기지역 지정 방식으로는 선제적 대응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DTI 규제가 수도권으로 확대되면 해당 지역에서 집을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는 크게 줄어든다. 예컨대 연소득 5000만 원인 사람이 비(非)강남권에서 11억2500만 원짜리 아파트를 사면서 은행에서 20년 만기 원리금균등분할 균등상환 조건으로 대출 받을 때 지금은 담보인정비율(LTV) 50%만 적용돼 5억6250만 원까지 빌릴 수 있다. 하지만 DTI 40%가 적용되면 대출 가능금액이 지금보다 3억6330만 원 적은 1억9920만 원으로 줄어든다.
금융당국은 원래 담보가치 대비 대출 가능금액을 뜻하는 LTV를 현행 50%에서 40∼45% 정도로 강화한 뒤 DTI 규제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이미 주택담보대출자들의 평균 LTV가 40%대로 낮은 편이어서 LTV 강화는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따라 LTV 강화와 DTI 적용범위 확대 조치가 이르면 이달 중 동시에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Debt To Income):
은행이 집을 사는 사람의 소득을 토대로 원리금 상환능력을 따져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제한하는 비율. ‘DTI 40% 이내’라고 하면 1년에 갚아야 할 대출 원리금이 연소득의 40% 이내여야 한다는 뜻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Loan To Value):
주택의 담보가치 대비 최대 대출가능 금액의 비율. ‘LTV 50%’라면 시가 2억 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최대 1억 원까지 빌려준다는 의미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