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빠 보이는 멀티태스킹, 알고보면 제대로 하는일 없어

  • 입력 2009년 8월 31일 16시 30분


전화통화를 하면서 e메일 답장을 쓰고, 결재 서류에 사인을 하면서 커피를 마시는 직장인.

정보화 사회에서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태스킹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이다. 또 멀티태스킹을 해야만 정보화 사회에서 경쟁력을 갖고 적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멀티태스커'(Multitasker·멀티태스킹을 하는 사람)는 알고 보면 '다양한 일을 골고루 못하는 사람'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31일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미국 스탠퍼드 대학 연구팀이 최근 대학생 멀티태스커 100명을 대상으로 다양한 색상과 모양의 그림과 문자, 숫자 등을 이용해 멀티태스킹을 할 때의 집중력, 기억력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이들은 여러 개의 작업을 동시에 진행할 때보다 한 번에 한 가지씩 일을 할 때 훨씬 높은 능률을 보였다.

스탠퍼드 연구팀은 당초 멀티태스커들이 여러 개 일을 동시에 잘 할 수 있는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에 나섰다. 그러나 실험 과정에서 뜻밖에도 "멀티태스커들이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산만한 사람들"이라는 결과를 얻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클리포드 내스 교수는 "멀티태스커들은 특별한 능력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미리 세워두고 실험을 시작했으나 멀티태스킹 능력이 뛰어날수록 주위가 산만하고 맡겨진 일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사람이라는 게 증명됐다"고 말했다.

에열 오퍼 교수도 "실험 기간 내내 멀티태스커들의 장점을 찾으려 했으나 연구진들은 끊임없이 그들의 단점밖에 찾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가설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어서 충격을 받았다"는 게 연구진들의 설명. 연구진은 이에 따라 멀티태스킹이 가져올 수 있는 단기적, 장기적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신문은 전화를 하면서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커피를 마시며 핸즈프리로 휴대전화 통화를 하는 것도 단순히 보는 사람의 신경을 거슬리는 수준을 넘어 '무능한 행동'으로 비칠 수 있다고 이 연구 결과를 해석했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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