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종렬]교육협력위에 거는 기대

  • 입력 2009년 9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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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드디어 ‘교육협력위원회’가 구성되어 가동되기 시작했다. 여느 위원회와 다른 무엇이 있기에 ‘드디어’라고 할 수 있을까? 정부가 노력하여 정책적으로 풀려던 교육문제에 대해 초중등 교육의 수장과 대학교육의 수장이 주축이 되고 언론계 산업계 법조계 과학기술계 학부모 정부 대표가 모여 논의하는 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교육협력위원회는 초중등 교육과 대학교육 간의 유기적 연계와 협력을 통해 공교육의 정상적 운영을 도모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민간기구이다. 공교육 정상화, 고교-대학 간 연계 협력, 중등과 대학 교육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방안, 대학의 자율성 확보와 사회적 책무성 등 참으로 어렵고도 중요한 문제와 씨름할 것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 횟수나 과목, 2012년 이후로 예정했던 대학입시 자율화 시기도 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최종 결정할 것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서 나타나는 문제는 교육 단계 간에 연계하지 않고 분절하여 접근한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어렵다. 한국 교육문제의 핵심은 대학입시다. 한국인은 자식이 태어나기 전부터 대학입시를 걱정하고, 자식이 태어나서부터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오직 사회적 지위를 안정적으로 획득하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한다. 우리는 이를 교육열이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한국을 이끌어 가는 근원적 동력은 대학입시다. 혹자는 이런 현상의 원인을 유교적 문화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문화적 원인을 처방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처방은 고등학교 교육과 대학 교육 간의 연계 협력 체제를 지혜롭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여기에서 고려할 점은 사교육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기 주도적으로 교과 활동이나 비교과 활동을 성실히 수행하면 학생이 원하는 대학이나 학과에 갈 수 있음을 확신시켜주는 일이다. 예를 들면 꾸준히 독서활동을 하여 교양과 인성을 쌓는다거나,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여 배려와 나눔의 정신을 내면화했거나, 장래에 가지고 싶은 직업과 관련한 현장 체험을 하면서 해당 분야의 경험과 지식을 쌓았음을 입학사정관이 진지하게 판독하여 반영하는 과정을 국민이 믿어야 한다. 소외계층인 농어촌이나 도시빈민 출신의 자녀도 잠재력과 인성 및 창의력을 제대로 평가하여 입학전형에서 공정하게 반영해야 한다.

또 고등학교 이하의 교육체제가 유연하게 바뀌어야 한다. 정부는 미래형 교육과정을 구상하여 고등학교의 교육을 자율화하고 특성화하도록 곧 시행할 예정이다. 대학 입학전형 시 학교생활기록부의 내용을 공정하게 판독하여 반영하고, 대학의 모집단위별 전형요소를 수험생이 쉽게 알도록 공지해야 한다.

대학도 반성해야 한다. 대학의 사회적 평판으로 우수한 인재를 쉽게 선발하던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신뢰도가 높고 객관적이며 타당한 입학전형 방법이라는 입학사정관제를 자기 대학의 특성에 맞는 전형방법으로 연구개발하여 적용하고 다른 대학에도 보급하여 한국적 입학전형 방법으로 정착되도록 공동체적 노력을 해야 한다.

교육 문제는 정부 혼자서 해결하기 어렵다. 일본에서는 사교육 시장을 통제하는 정책은 자유시장경제의 기본 원리인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제 정부는 고교나 대학을 지원하고, 학교는 자율적으로 공교육을 활성화하여 사교육이 필요 없는 한국 교육으로 선진화시켜야 할 때이다. 이를 중재하고 동력화하는 역할이 교육협력위원회의 사명이다. 교육을 담당하고, 교육에 관심 있는 모든 이의 애정과 격려와 비판이 필요하다.

박종렬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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