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점심 때 동료들과 매운탕을 잘 하는 식당에 갔다. 오후 1시 무렵에 가서 그런지 방금 식사를 마친 듯한 테이블이 곳곳에 눈에 띄었다. 밥이 절반 이상 남아 있는 그릇과 손도 대지 않은 반찬이 즐비했다. 창문으로는 햇빛이 눈부시게 들어오고 있었지만 머리 위에는 형광등이 아무런 의미 없이 켜져 있었다. 저녁에는 아내와 대형 마트에 갔다. 냉동식품 매장 한쪽에 아이스크림 시식 코너가 보였다. 새하얀 아이스크림을 담은 1회용 플라스틱 숟가락을 작은 종이컵에 넣어 나눠주고 있었다. 바로 옆 쓰레기통에는 숟가락만 넣었다 뺀 멀쩡한 종이컵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환경오염은 ‘산업 발전과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로 종종 포장되곤 한다. 그러나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환경을 훼손하고 불편함까지 더하는 상황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과도한 냉방은 에너지 낭비뿐 아니라 냉방병을 유발해 업무 효율을 떨어뜨린다.
먹다 남은 음식이 손님 편에서는 돈을 버린 것이나 다르지 않다. 식당 주인 역시 잔반을 처리하는 시간과 불편을 생각하면 이익 될 것이 없다. 게다가 음식이 만들어지기까지 농사를 짓고 운반하고 조리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물과 에너지가 사용됐는지를 생각해 보면 결코 대수롭게 볼 일이 아니다.
우리 자신의 건강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환경 개선에 동참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그렇지만 당장 현재의 편리함을 모두 양보하라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런 이익 없이 환경만 해치는 이 같은 환경 부조리만 바로잡아도 큰 변화로 이어질 것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양인목 ㈜에코시안 지속가능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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