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1일 정기국회 개회에 맞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의원 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명이 교원평가제(교원능력개발평가제) 법안의 정기국회 통과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동안 각종 전제 조건을 걸었던 민주당 의원들도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1998년부터 추진했으나 10년 이상 제자리걸음을 해온 교원평가제의 법제화가 무르익는 분위기다.
현재 교원평가제 도입을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한나라당 단독으로 교과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상태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사전 절충한 개정안이지만 4월 임시국회가 여야 갈등으로 파행을 겪으면서 여당이 단독으로 넘긴 안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절차상 하자를 들어 교과위 전체회의와 본회의 통과에 반대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번에는 국회에서 이 문제를 털고 여야 간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교원평가제를 통과시키자는 쪽으로 선회해 법안 통과에 청신호가 켜졌다.
민주당 교과위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당장 내년에 도입하는 것도 찬성한다”며 오히려 강화된 교원평가제가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안 의원은 “교원평가제를 9월 국회에서 통과시키되 학생과 학부모의 평가도 반영하고, 교원평가관리위원회를 학교별로 두는 등 보완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표 의원은 “지난 17대 국회에서 이미 여야 간에 어느 정도 정리는 됐다”면서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처럼 긍정적인 포지티브 방식으로 교원평가제를 활용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최재성 의원은 “교원평가제 도입에 대해서는 이미 국민적 합의가 이뤄졌다고 본다”며 “다만 구체적인 평가 내용은 추후에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교원평가제 찬성 의사를 밝혀 온 한나라당 의원들도 교원평가제 관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조전혁 의원은 “밀린 법안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교원평가제 법안은 가장 먼저 통과시켜야 할 법안”이라고 밝혔다. 박보환 의원은 “상임위가 의사일정을 잘 합의해서 교원평가제를 적극적으로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는 이날 국회 토론회를 통해 교원의 능력 개발은 물론 인사고과에까지 반영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원평가 법제화의 필요성을 주장했지만 소장인 진수희 의원은 “논란이 따르는 인사고과 반영 여부에 매몰돼 법제화가 지체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자유선진당의 이상민 의원은 개정안에 찬성하지만 평가를 인사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은 지금까지 명문 조항이 없었던 교원평가제의 법적 근거를 명시하되 평가 결과의 인사고과 연계는 유보하고 있다.
반면 교과위원장인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교원평가제에는 부정적이다”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은 응답을 하지 않았다.
교원 표심을 의식해 교원평가제 도입을 꺼려 온 국회가 돌아선 배경에는 정부의 강행 의지와 교원단체의 입장 변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법제화가 계속 무산되자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7월 “법제화가 안 돼도 2010년에 교원평가제를 전면 시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이원희 회장은 교원평가제 전격 수용 방침을 밝혔다. 교원평가제에 가장 강력히 반대해 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마저 지난달 열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대안적인 교원평가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