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경제자유구역인 서구 청라지구의 외국 대학교 유치사업이 수년째 겉돌고 있다. 청라지구 개발을 맡은 한국토지공사가 7월 ‘외국 교육기관 프로젝트 계획서’를 접수했으나 참여한 기관이 한 곳도 없어 공모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토공이 외국 대학교 유치에 처음 나선 것은 2007년 9월. 인구 80만 명에 불과한 카타르의 수도 도하가 미국 코넬대 의대 등 외국 대학 분교 6개를 유치한 이후 ‘중동의 미니 아이비리그’라고 불리는 등 교육 중심지로 발돋움한 데 착안한 것. 토공은 당시 2012년까지 청라지구에 외국 대학들이 공동으로 조성하는 ‘복합학술단지’(가칭)를 만들기로 했다. 캠퍼스와 연구센터를 함께 지어 인력과 지식, 기술 등을 교류하는 공동캠퍼스의 개념이다. 토공은 청라지구 내 외국인투자유치 용지 가운데 36홀 규모의 골프장이 들어설 1, 2블록과 미국의 유명 병원 유치 협상을 진행하고 있던 3블록 사이 25만여 m²를 단지로 지정했다.
토공은 미국 버지니아공대와 러시아 모스크바대 등과 접촉해 외국 18개 대학에서 복합학술단지 조성에 대한 투자의향서(LOI)를 받았다. 특히 모스크바대는 6만여 m² 용지에 법학, 어문학부와 의과대, 우주항공연구센터 등을 포함한 분교 설립 의사를 인천시에 전달하기도 했다. 토공은 같은 해 11월까지 우선협상대상 대학을 선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학교 운영에 관한 세부 사업계획서를 받아 검토한 결과 공모지침에 맞지 않거나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협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토공은 지난해 5월 사업계획 심사과정에서 컨소시엄 방식을 채택한 대학에 가산점을 주기로 하고, 일부 컨소시엄으로부터 사업계획서를 받았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외국 대학을 유치하는 데 실패했고, 이번 3차 공모도 또다시 무산됐다.
토공은 청라지구의 경우 대학 용지만 장기 임대하는 방식으로 공모하기 때문에 외국 교육기관의 관심과 참여가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의 또 다른 경제자유구역인 송도국제도시를 비롯해 다른 지역은 지방자치단체가 캠퍼스를 지어 외국 교육기관에 임대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송도국제도시에는 ‘글로벌 캠퍼스’가 조성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NCSU)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미주리대,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듀크대 경영대학원(MBA), 라테란대, 휴스턴대, 퍼듀대 등 10여 개에 이르는 해외 대학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토공은 다른 지자체의 외국 대학 유치 조건과 성공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해 공모 방식을 벗어나 토공이 직접 외국 교육기관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대학 용지도 청라지구 북쪽 자연녹지 가운데 13만2000m²를 20년 장기임대 방식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2012년까지 청라지구 조성사업을 마무리한 뒤 1, 2년 내에 외국 대학을 개교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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