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동대문 패션, 굿” 124억 수출목표

  • 입력 2009년 9월 7일 02시 59분


방글라데시에서 온 자히드 시물 씨가 2일 서울 중구 신당동 서울패션센터에서 열린 수출상담회에서 목걸이 가격을 알아보고 있다. 김지현 기자
방글라데시에서 온 자히드 시물 씨가 2일 서울 중구 신당동 서울패션센터에서 열린 수출상담회에서 목걸이 가격을 알아보고 있다. 김지현 기자
패션축제 개막… 15개국 650여명 바이어 상담회에 몰려 성황

2일 오후 서울 동대문 서울패션센터. 5층에 마련된 무대 위에선 8등신 모델들의 화려한 워킹이 한창이었다. 난해한 콘셉트의 다른 패션쇼와 달리 모델들은 하나같이 면바지와 블라우스 등 일반 옷가게에서도 볼 수 있는 ‘평범한’ 차림새였다. 관객석도 즐기기보다는 사뭇 진지한 모습. 관객들은 ‘바이어(buyer)’라고 적힌 이름표를 목에 건 채 일행끼리 서로 귓속말을 하며 수첩에 무언가를 바삐 적었다. 디지털 카메라로 모델 사진을 일일이 찍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에게 이 패션쇼는 동대문 의류를 수입할지 말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

국내 최대 패션 메카인 동대문 상권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2009 동대문 패션축제’가 2일 막을 열었다. 특히 2일과 3일 이틀간은 해외 15개국에서 찾아 온 650여 명의 바이어들에게 동대문 대표 디자이너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해외 수출 상담회가 마련됐다.

○축제 속 뜨거운 비즈니스 열기

2000년 시작한 동대문 패션축제는 2006년부터 단순한 지역 행사에서 비즈니스가 어우러지는 ‘사업’으로 발전했다. 해외 수출상담회를 축제 메인 행사로 키워 실질적인 경기 활성화를 꾀한 것. 2006년 100여 명에 불과했던 해외 바이어 참가자는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 및 KOTRA의 적극적인 홍보 덕에 1년 만에 560명으로 늘어났다. 그해 890만 달러 수출 계약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바이어 580명이 한국을 찾아 960만 달러어치를 사갔다. 올해는 바이어만 역대 최다 인원인 650명이 참가해 1000만 달러(약 124억 원) 수출 계약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SBA는 바이어들을 위해 영어, 일어, 중국어 통역자만 300여 명을 준비했다.

상담회는 비즈니스를 주목적으로 하는 만큼 화려하기보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것이 특징. 참가국 수를 늘리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실제 계약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아시아 바이어 위주로 초청한 것. 김태훈 SBA 패션사업팀 과장은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시아 바이어들은 우리와 체형이나 취향이 비슷한 데다 한류 문화에 익숙해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 “한국 패션 멋져요”

참가 업체들의 수주 패션쇼 직후 본격적인 상담회가 시작됐다. “어느 정도 깎을 수 있어요?” 한 액세서리 업체 부스에서 자히드 시물 씨가 빨간 목걸이를 한 손에 든 채 다른 한 손으론 계산기를 두드리며 물었다. 방글라데시에서 무역업을 한다는 그는 목걸이를 직접 목에 걸어보기도 하고 팔에도 감아보는 등 상당히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가격이 좀 비싸지만 한국 제품 너무 세련됐어요. 방글라데시 여성들한테도 인기일 것 같아요.” 맞은편 여성 의류 ‘키에브’ 부스의 디자이너 황재선 씨는 “조금 전 말레이시아 바이어 한 명이 100장을 사가기로 했다”며 “상담회에 참가하기까지 심사도 엄격하고 준비 과정도 만만치 않았는데 고생한 보람이 있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편 아직까지 작은 상담회 규모를 아쉬워하는 반응도 있었다. 3년 연속 참가한다는 한 중국인 바이어는 “구매 여부는 아직 결정짓지 못했다”며 “생각보다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참가 업체가 적어 아쉽다”고 말했다. 함께 온 여성 바이어 일행도 “행사장 밖이 온통 공사판이라 전혀 축제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며 “기대했던 대규모 축제가 아니라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이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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