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약사인 노바티스나 중국 시노백의 백신 임상시험 결과처럼 1회 접종만으로 신종 인플루엔자 면역력이 생긴다면 국내 백신 부족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1월 중순부터 예방 접종을 시작해 내년 2월까지 전 국민의 27%(1336만 명)인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백신 확보에 차질을 빚어왔다.
정부가 현재 확보한 물량은 1000만 도스(1회 접종분). 국내 제약사인 녹십자로부터 700만 도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으로부터 300만 도스를 공급받기로 했다. 2회 접종할 경우 1000만 도스는 500만 명분밖에 되지 않아 고위험군 인력조차 모두 접종할 수 없게 된다. 고위험군은 의료진을 포함한 방역 요원(100만 명), 아동·임신부·노인 등 취약계층(420만 명), 학생(750만 명), 군인(66만 명) 등이다.
이 때문에 정부는 면역증강제(항원보강제)를 첨가해 백신 생산량을 2∼4배 늘리는 방법을 검토해 왔다. 항원보강제는 항원이 체내에서 일으키는 면역반응을 증폭하기 위해 첨가하는 물질로, 상어에서 추출한 스쿠알렌 성분이 많이 쓰이고 있다.
녹십자는 2일 “노바티스사와 면역증강제(스쿠알렌) 수입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연내 생산 가능한 980만 도스 가운데 700만 도스는 항원만 사용한 단독백신이고 280만 도스는 면역증강제 첨가해 생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녹십자는 내년 2월까지 최소 1700만 도스에서 최대 2700만 도스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임상시험에서도 1회 접종만으로 면역력이 생긴다면 굳이 면역증강제를 사용하지 않고도 연내 1000만 명분의 백신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1000만 도스로 1000만 명 접종이 가능해지는 것. 면역증강제를 사용한 백신은 항원 단독백신보다 가격이 비싼 데다 발열과 근육통 같은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1회 접종으로 면역력이 생긴다면 정부가 면역증강제를 사용해 백신 물량을 늘리려던 당초 계획을 수정할 수도 있다.
국내외 제약사들이 백신 생산을 최대한으로 늘려왔기 때문에 오히려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져 백신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재 신종 인플루엔자 백신은 다국적제약사 노바티스, GSK, 박스터, 사노피파스퇴르, 시노백 등이 생산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녹십자가 유일하다. 이들 백신은 모두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바이러스를 제공받고 WHO 표준 백신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번에 임상결과를 발표한 노바티스와 시노백 외에 다른 제약사들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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