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수 늘리면 가산점… 연구비-기여도 바꿔먹기
인사담당자가 노조 간부 노동조합법 무시해 와
국무총리실 산하 한국노동연구원이 연구기관으로서 도덕성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조직운영조차 상식 이하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위원들이 연구평가 점수를 자의적으로 배분하고 인사담당자가 노조 상근 간부를 맡는 등 현행 노동관계법조차 지키지 않고 있었던 것.
○ 연구기여도 1%에 700만 원 지급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나라당 박대해 의원이 입수한 연구원 평가자료에 따르면 이 연구원 소속인 A 연구위원은 지난해 외부 연구자 7명과 함께 노사 관련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복수의 연구자가 공동으로 과제를 진행할 경우 책임연구자는 연구자 선정, 각 연구자의 연구기여도 평가, 연구비 지급 등의 책임을 맡는다. 연구 종료 후 책임자인 A 연구위원이 자신에게 준 연구기여도는 85%. 다른 7명의 연구자들에게는 나머지 15%를 1∼4%씩 배분했다.
하지만 연구비는 연구기여도와는 무관하게 지급됐다. 기여도가 1%인 외부 연구자 B 씨가 받은 돈은 700만 원. B 씨의 기여도대로라면 이 연구는 무려 7억여 원짜리 프로젝트가 되는 셈이지만 7명의 외부 연구자에게 지급된 연구비는 모두 4000여만 원. 전체 연구비는 7000만 원 안팎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원 관계자는 “내부 책임연구자가 자신의 연구기여도를 높이려고 외부 연구자 기여도를 실제와 달리 대폭 축소한 것”이라며 “연구에 1% 기여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내부 연구자는 기여도, 외부 연구자는 연구비를 챙기는 것이 이득인 연구원의 오랜 관행 때문에 벌어진다. 과제 수행 시 내부 연구자에게는 연구비가 지급되지 않지만 기여도에 비례한 평가점수는 연말 성과급과 각종 인사평가의 자료로 활용된다. 이에 대해 A 연구위원은 “해당 내용은 연구원 기밀사항이며 내가 얘기할 내용도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 ‘쪼개기’가 더 평가받는 점수체계
연구자 수에 비례해 가점이 올라가는 평가방식도 큰 문제다. 가점 때문에 전체 총점이 자동으로 늘어나 많은 점수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C 연구위원이 지난해 수행한 과제는 혼자 하면 총점이 120점. 이 중 자신의 기여도만큼 점수를 받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제에는 모두 3명이 참여해 총점이 168점(가점 1.4×120점)으로 늘어났다. C 연구위원은 자신의 기여도를 85%로 책정해 142.8점을 받았다. 같은 연구를 5명이 하면 1.6점의 가점이 부여되며 따라서 총점이 192점으로 올라간다(1.6×120점). 공동연구자 수는 내부 책임연구자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 여러 명이 같이해 일손을 덜수록 점수가 더 나오는 기현상이 발생하는 구조다.
○ 노동조합법 무시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노조에 ‘사용자 또는 항상 그의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자의 참가를 허용’할 경우 노조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용자 이익을 대표해 행동하는 자’란 회사 내 인사, 기획, 재무, 회계 등의 부서에 근무하는 근로자를 말한다. 그러나 노동연구원의 경우 기획조정, 예산, 인사, 회계 등의 부서원과 일부 팀장이 모두 조합원인 상태. 전체 직원 100여 명 중 90여 명이 사실상 조합원(박사급 20여 명이 구성한 연구위원협의회 포함)이다. 박 의원은 “전임 원장들의 묵인 아래 수년 동안 이런 행태가 굳어져 이제는 이를 고치려 해도 근거가 될 내부규정조차 없었다”며 “노사관계를 연구하는 노동연구원이 정작 자신들 노조에는 법을 위반한 채 마구잡이로 조합원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노동연구원 노조는 최근 단체협약 해지에 반발해 박기성 원장 집 앞에서 협박성 집회를 열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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