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명분의 헤로인을 만들 수 있는 원료 물질인 무수초산을 대량으로 밀수출하려던 한국인 사업가와 파키스탄인 공급책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 김영진)는 올 2월 무수초산 5t을 아프가니스탄으로 몰래 수출한 데 이어 8월 중순 10.64t을 다시 밀수출하려 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위반 등)로 염색업체 대표 박모 씨(39)를 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씨는 무수초산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염색공장에 대한 당국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밀수출을 계획했으며, 통관과정에서 적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컨테이너 안쪽에 무수초산을 실은 뒤 바깥쪽에는 섬유 원단을 쌓는 ‘커튼치기’ 수법을 썼다. 염료의 농도 조절에 쓰이는 무수초산은 정제된 헤로인 분말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원료다. 무수초산의 주생산지인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등에 수출을 금지하고 있으나, 박 씨는 미국 등지에서 t당 300만 원에 수입한 무수초산을 무려 10배나 되는 t당 3000만 원에 팔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직원 임금도 주지 못하고 경영난을 겪던 박 씨가 마약 산지인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수초산이 비싸게 거래된다는 사실을 알고 직접 파키스탄까지 건너가 마약조직원들을 만났다”며 “미국 마약청(DEA), 파키스탄 마약수사청(ANF)과 공조해 마약제조·공급조직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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