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기다리던 것은 중앙선을 넘어 달리는 차량. 이 도로는 편도 1차선의 좁은 도로인데, 길가에 주차된 차들이 많아 중앙선 침범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노렸다. 새벽 5시 20분경 택시 한 대가 중앙선을 넘어 달리자 이 군은 재빨리 시동을 건 뒤 달려가 택시와 정면충돌했다. 이들은 인근의 정형외과에서 경추염좌 등으로 2주의 진단을 받아 모두 입원했고 합의금으로 428만 원을 챙겼다. 이들은 이 일대 특정 병원에 오토바이 사고로 입원하는 청소년들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수상하게 여긴 경찰의 수사에 덜미를 잡혔다.
합의금을 뜯어내기 위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돈을 챙긴 10대들과 병원의 수익을 위해 이들을 입원시켜 보험사기를 방조한 의사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7일 고의로 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낸 혐의(사기)로 이 군 등 6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입건된 61명은 평소 학교 선·후배 사이로 알고 지내거나 중랑구 일대에서 함께 오토바이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친분을 쌓은 사이다. 이들은 2007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46회에 걸쳐 고의로 교통사고를 유발해 1억2000여만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에는 11회에 걸쳐 보험사기를 일으킨 10대도 있었으며 범행에 유리한 장소 등을 공유하는 등 조직적으로 보험사기를 벌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또 10대 들이 허위 사고를 냈다는 점을 알면서도 병원 수익을 위해 입원시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혐의(사기 방조)로 박모 씨(61) 등 병원 의사 3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10대들은 법규 위반이 많은 도로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위반 차량이 나타나면 일부러 사고를 내는 방법을 보험사기에 주로 동원했다. 안모 군(17)과 이모 군(17)은 지난해 7월 6일 중랑구 면목동의 일방통행 골목길에서 기다리다가 역주행으로 진입한 화물차에 자신의 오토바이를 고의로 들이받았다. 이들은 '단골 병원'에서 2주 진단을 받은 뒤 입원해 합의금으로 375만 원을 받아냈다.
범행 대상으로 마땅한 차량을 찾지 못하면 피의자들끼리 공모해 교통사고를 연출하는 방법도 동원됐다. 이모 군(17)과 박모 군(16)은 3월 10일 중랑구의 한 골목길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접촉사고를 낸 것처럼 길바닥에 넘어진 뒤 병원에 입원해 보험금으로 325만 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유덕영 기자firedy@donga.com
구독
구독
구독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