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수난사고 이틀째인 7일 연천보건의료원에서 고 김대근 씨 유가족들이 시신을 하인하고 임진강을 바라보며 오열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 사진 더 보기
유족-택배회사 울음바다
"지각 한 번 할줄 모르는 성실하고 생활력 강했던 동료를 이렇게 졸지에 잃었으니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6일 경기 연천군 임진강에서 야영도중 북한 황강댐 무단 방류로 불어난 물에 휩쓸려간 이경주(38), 이두현(40), 백창현 씨(39)의 직장인 경기 고양시 덕양구 한진택배 물류센터는 동료를 잃은 충격에 7일 내내 침통한 표정이었다.
이 씨 등은 택배기사였다. 택배회사와 계약을 맺고 자신 소유의 화물차로 매일 아침 택배 물량을 배정받아 일산 지역에 배달하는 일을 짧게는 6, 7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해 왔다. 담당 구역도 같고 나이까지 엇비슷해 셋의 친분이 특히 두터웠다. 사망자로 확인된 서강일 씨(40)도 이곳에서 택배 기사로 근무한 인연으로 이들과 친구처럼 지냈다.
정신없이 바쁠 추석이 오기 전에 동료, 가족과 함께 즐거운 한 때를 보내려던 이들의 늦은 피서는 비극으로 끝을 맺었다. 동료들은 7일 이들의 성실함과 책임감을 확인하고 다시 한번 눈물을 흘렸다.
이날 오전 희생자들의 트럭 화물칸을 열어본 택배회사 직원들은 깜짝 놀랐다. 직원들은 희생자들에게 배정된 택배 물품 중 미처 배달되지 않은 것이 있으면 확인해 마저 배달하려 했던 것. 하지만 세 사람의 트럭 화물칸은 모두 텅 비어 있었다. 남아 있는 택배 상자는 하나도 없었다. 희생자들은 자신에게 배정된 택배 물품을 남김없이 배달해 놓은 뒤에야 여행을 떠났다. 택배물품이 몇 개쯤은 남아있으리라 예상했던 동료들의 코 끝이 찡해지는 순간이었다. 오전에 이들의 차량을 점검했다는 직원은 "세 분의 차량 모두 배달은 물론이고 차량정리까지 깔끔하게 마쳐져 있었다. 이렇게 책임감 강한 분들이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 건지 …"라며 말끝을 흐렸다.
특히 아들 용택 군(9)과 함께 실종됐다가 혼자 시신이 발견된 이경주 씨 얘기에 직원들의 안타까움은 극에 달았다. 쉬는 날이면 용택 군과 함께 산을 즐겨 찾았다는 이 씨는 산에서 아들과 찍은 사진을 동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낙이었다고 했다.
한편 총 3구의 시신이 인양돼 임시로 안치된 경기 연천군 연천의료원에는 유족들의 오열이 끊이지 않았다. 오전 11시 경 가장 먼저 인양된 서강일 씨의 시신이 도착하자 서 씨의 동생이 신원을 확인하고 허탈한 표정에 말을 잇지 못했다. 서 씨의 아내 한지연 씨는 숨진 남편을 차마 보지 못하고 넋이 나간 표정으로 하늘만 쳐다봤다.
두 번째로 시신이 발견된 김대근 씨의 아버지 김순호 씨(70)는 "토요일 밤 큰 고기를 잡아 오겠다며 낚시대를 들고 나가는 모습이 마지막이 줄 상상이나 했겠느냐"며 "지금 심정은 북한보다 아들을 죽여 놓고 한마디 해명도 없는 정부 당국자와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에 더 화가 난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가장 마지막으로 시신이 발견된 이경주 씨의 아내 김선미 씨(36)는 남편의 사망을 확인하고는 탈진해 쓰러져 한 때 의료진의 치료를 받기도 했다. 이 씨 유가족들은 아직까지 실종 상태인 아들 용택 군(9)의 생존 가능성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