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공부의 기술<2>나만의 설계도 그리기 실전훈련

  • 입력 2009년 9월 8일 02시 56분


“꼬불꼬불 지도 흥미없어요” “지리부도 펴놓고 표시해볼래?”
선생님 내 준 프린트만 외워선 사회과목 한계
지도 직접 보거나 교과서 설명 읽는 등 종합이해를

《“재현아, 광주가 어디에 있지?”(아빠)

“음…. 강원도쯤에 있지 않나요?”(재현)

“아이고, 넌 그런 기본상식도 모르니?”(아빠)

“(억울해하며) 학교에서도 안 배웠고, 학원에서도 안 배웠단 말이에요.”(재현)

김재현 군(서울 중동고 1)은 사회과목 중 지리가 싫다.

평소 자신 있어 하는 국사, 세계사는 흐름만 쭉 꿰면 외우지 않아도 되건만 지리는 지도, 도표, 본문이 따로따로 머릿속을 붕붕 떠다니는 느낌이라 모두 외우는 수밖에 없다.

지리와 일반사회로만 구성된 고1 사회교과서는 김 군에겐 ‘재앙’이었다.

사회시험에서 1학기 중간고사 90점대 초반, 기말고사 80점대 초반.

중상위권인 김 군에게는 나쁘지 않은 점수였지만, 틀린 문제가 전부 지리 단원에서 나왔다는 게 ‘비극’이었다.

김 군의 머릿속에는 ‘지리=달달 외우는 과목’이라는 등식이 각인된 상태.

이런 고정관념을 깨고 흐름을 이해하도록 만들어줄 방법은 없을까?

대입 온라인교육업체 대성마이맥에서 대학생 멘터 ‘블루윙’으로 활동 중인 이병호 씨(서울대 사회과학계열 09학번)가 나섰다.》

재현 지리는 몇 번을 봐도 안 외워져요. 시험을 봐도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생각이 안 나고요.

병호 시험공부는 어떻게 해?

재현 선생님이 내준 프린트를 외워요. 수업도 프린트로만 하고, 시험도 프린트에서만 나오거든요. 프린트는 표로 잘 정리되어 있으니까 눈에는 잘 들어오는데 외워지질 않아요.

병호 그래. 프린트는 딱 시험에 나올 개념만 추출해낸 것이라 체계적인 설명이 부족하거든. 프린트만 보니 지리를 외워야 하는 과목으로 보기가 더 쉽지.

재현 (프린트에 나온 지도를 보여주며) 이런 지도는 일단 흥미가 안 생겨요. 그냥 꼬불꼬불하기만 하고…. 선생님이 ‘선상지’, ‘범람원’, ‘삼각주’를 그리고 나서 따라서 그리라고 하셨을 때도 그냥 생각 없이 따라 그렸어요.

병호 그건 네가 배경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야. (교과서의 해당 부분을 짚으며) 자, 봐. 교과서에서는 ‘범람원’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범람원은 하천에 의하여 운반된 물질이 쌓여 형성된 지형으로 하류로 갈수록 뚜렷하게 나타난다. 하천 양안을 따라서 토사가 집중적으로 퇴적되어 자연제방이 형성되고….’ 자세히 나와 있지? 범람원이 있는 지역의 예로 충남 예산군의 사진도 실려 있고 말이야.

재현 와, 정말 그러네요. 이 교과서는 처음 읽어봐요(웃음).

병호 도표도 교과서의 설명을 읽어보면 훨씬 해석하기 쉬워.

재현 앞으로 프린트에서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교과서에서 관련 내용을 찾아봐야겠어요. 아니다. 국사 공부할 때처럼 아예 교과서를 읽고 내가 직접 프린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고요.

병호 지리부도를 보는 것도 감각을 키우는 데 좋아. 내 경우엔 지형 단원에서 ‘해안단구’에 대해 배웠으면 지도를 펼쳐놓고 동해안을 속초, 강릉 순으로 점점 내려가면서 다 표시해봤거든. 실제로 대학수학능력시험에는 그런 문제가 나와. 전국 지도에 몇 개의 점을 찍어 표시해놓고, ‘○○이 탐사를 가는데 1일째는 원자력 발전소, 2일째는 제철소, 3일째는 해안단구를 봤다. 탐사한 지역을 순서대로 찾아라’고 요구하는 거지. 그 문제는 정답률이 17%밖에 안 됐대.

재현 지리는 생물이랑 비슷한 느낌이에요. 외우면 다 맞는데, 안 외우면 다 틀리는 과목?

병호 무조건 외우지 말고 체계를 파악해야지. 지리과목은 크게 자연지리, 인문지리로 나뉘고 자연지리는 다시 기후, 지형으로 갈려. 기후는 기온, 강수, 바람 등으로, 지형은 화산, 산지, 하천, 해양 등으로 분류할 수 있고. 이렇게 체계를 잡아두면 전체 내용이 한눈에 들어와. 나중에 시험 볼 때는 전체 흐름 속에서 각각의 ‘뿌리’를 이해하면 돼.

재현 그렇군요. 전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못했어요.

병호 ‘숲에서 나무로’, ‘위에서 아래로’ 공부하라는 거지. 네가 좋아하는 국사과목만 봐도 알 수 있잖아? 국사 못하는 애들은 방대한 교과서를 달달 외워. 반면에 잘하는 애들은 고려시대를 공부할 때도 무신정권을 기준으로 전기, 후기로 나눠 큰 줄기를 잡은 다음 시기를 점점 쪼개서 공부하지.

재현 (반갑게) 네, 맞아요. 형이 보던 국사, 세계사 인터넷 강의(인강)가 재미있어서 따라 보곤 했는데, 거기서 시대별 흐름을 설명해 주더라고요. 그걸 보고 나니 굳이 외우려 하지 않았는데도 몇 년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머리에 쏙 들어왔어요.

병호 그래. 고1이니까 아직 이르긴 하지만 인강을 이어서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야. ‘지리가 자꾸 내 발목을 잡는구나’ 싶으면 지리과목 인강을 하루에 한 시간씩, 한 달 정도 들어보는 것도 좋지. 그렇게 하면 지리의 여러 단원들이 하나의 연관성으로 꿰어지거든. 교과서 목차를 쭉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교과서 맨 앞에 나온 전체 목차만 읽어봐도 머릿속에 체계가 잡힐걸?

재현 정말 감사해요. 이제 지리를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감이 와요.

병호 그래. 고3 때까지 시간이 남아 있으니까 자신감을 가져. 사실 사회과목은 고3 때 시작해도 절대로 늦은 게 아니거든.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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